14일에도 현정권 “조작정권”이라 비난, 與 고발엔 “영광”이라며 맞받아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3일 영화 자백을 감상하고 최승호 감독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포즈를 쥐했다.[사진=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3일 영화 자백을 감상하고 최승호 감독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포즈를 쥐했다.[사진=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폴리뉴스 정찬 기자] 대권에 강한 의지를 불태우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발언 수위가 계속 세지고 있다. 박 시장은 14일에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여권진영과의 대립각을 높이며 ‘진영의 대표성’ 획득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 ‘자백’ 감상평으로 현 정권을 ‘간첩조작 정권’이라고 비난했고, 음유시인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통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대한 청와대의 책임을 물었고 새누리당이 전날 박 대통령 탄핵발언에 대응한 수사기관 고발엔 “영광”이라며 맞받으며 치고나갔다.

박 시장은 먼저 국가정보원의 간첩조작 사건을 그린 영화 ‘자백’을 본 후 “목적을 위해 수단을 조작하고, 정당화하는 나쁜 나라를 봤다. 부끄러운 과거를 사과하지 않는 국가를 봤다. 간첩을 잡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조작정권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현 정권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거짓과 위선 조작은 민심의 바다에서 오래 버틸수 없다”며 “국정원이 국민 위에 있는 조직이 아닌 국민을 위해서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 되어야 한다. 국정원은 민의를 왜곡하고 한법을 유린하는 여론 조작과 국내정치에 손을 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시장은 “영화 자백을 보고 고백한다. 제가 ‘국민권력시대’로 시대교체를 꼭 해야 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미래교체에 대한 갈증이 더 커졌다”는 말로 자신의 대권도전 의지가 한층 더 굳어졌다는 뜻을 전했다.

박 시장은 ‘자백’ 감상평에 이어 미국 음유시인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우리가 대중문화인 ‘블랙리스트’를 쓰고 있을 때, #밥딜런 은 ‘귀로 듣는 시’를 쓰고 있었다. 그 시가 세상을 바꿔 왔다”며 “이제, ‘청와대 만이 아는 대답’을 듣고 싶다”고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을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주장과 함께 박 대통령의 불통도 꼬집었다.

새누리당이 이날 박 시장을 국정감사에서 소방·치안 당국의 시위 현장 급수 문제와 관련해 허위 증언을 했다면서 ‘위증’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키로 한 데 대해선 “영광이다”며 “불의한 세력과 사람들에게 받는 ‘탄핵’과 ‘고발’은 오히려 훈장”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박 시장은 “잠시 국민을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며 “깨어있는 시민들과 유쾌한 시민정치혁명 드라마를 써 가겠다. '국민권력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다시 한 번 자신의 대권의지를 피력했다.

朴, 문재인 ‘산토끼’ 잡기 위해 집 비우면 ‘집토끼’ 잡겠다는 의중

박 시장이 이처럼 현 정권과 여권 진영을 향해 높은 수위의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내년에 있을 더불어민주당 대권후보 당내경선을 겨냥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정권과의 대립각을 자신을 중심으로 편제해 야권 진영의 중심축으로 서겠다는 뜻이 담겼기 때문이다.

특히 강력한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매머드급 정책싱크탱크 ‘정책공간-국민성장’을 출범시키면서 외연 확장 쪽의 행보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맞대응의 성격 또한 강하다. 지난 대선 이후부터 줄곧 진영의 중심에서 방어적이던 문 전 대표가 외연 확장을 위해 자리를 비울 경우 그 공간을 박 시장이 치고 들어가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 문 전 대표가 전날 4대기업 경제연구소 소장과의 간담회를 가지자 박영선 의원 등 당내 비문 진영이 즉각 이를 공격하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공세를 취했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문 전 대표의 외연확장 행보는 진영 내부의 주도권 다툼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시장은 이를 염두에 두고 대여 강경발언을 주도해 야권 진영의 중심 진입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박 시장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고 단정하면서 박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것은 2011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 이후 지난 5년 간 보인 박 시장의 정치행보와는 사뭇 결이 다른 것이다.

여기에다 박 시장은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야당은 야당다운 역할을 제대로 해 달라. 지금까지 매가톤급 권력비리와 권력남용이 수없이 있었는데도 다수당이 된 야당의 대응은 참으로 실망스럽다”며 “국민의 마음이 여당과 정부는 물론이고 야당으로부터도 온전히 떠나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과 현 정권을 세게 공격하면서도 실질적인 타격대상은 야권, 특히 더민주 내부를 뒤흔들어보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문 전 대표가 ‘산토끼’를 잡으러 집을 비우면 곧바로 쳐들어가 ‘집토끼’를 잡겠다는 행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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