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현미경 기소하고, 친박은 덮어주고,

좌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영선 의원,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윤상현 의원<사진=연합뉴스></div>
▲ 좌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영선 의원,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윤상현 의원<사진=연합뉴스>

22 대 11. 더블 스코어 차이를 보이는 이 숫자는 대한민국 검찰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검찰이 기소한 4.13 총선 선거사범 현역 의원 숫자를 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은 11명에 불과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16명, 국민의당 4명, 무소속 2명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무소속의 서영교·윤종오 의원이 야당 출신임을 감안하면 야권 의원 숫자가 여당에 비해 꼭 2배가 되는 셈이다. 우리 여당은 선거법을 잘 지키는 사람들만 있고, 야당은 유난히도 선거법을 안 지키는 사람들만 모여 있어서 그런 것일까.

이 우둔한 질문에 대한 답은 박영선 의원에 대한 기소에서 이미 설명되고도 남는다. 검찰은 박 의원이 총선 유세 과정에서 “국회의원 재직 당시 구로 지역 ‘모든’ 학교의 반 학생수를 25명으로 줄였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라고 밝혔다. ‘모든’이 아닌데 ‘모든’이라고 한 것이 허위라는 얘기이고, 결국 박 의원은 ‘모든’이라는 단어 한마디 때문에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내용에 대해서는 박 의원의 해명이 있다. “내년부터는 과밀학급에 대한 학생수 감축 사업이 없어지게 됐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이해가 되는 설명이다. 그게 아니라 ‘모든’이 과장된 표현이라고 치자. 그렇다고 한들, 그 표현 한마디가 재판을 받으면서 당선무효 여부를 다투어야 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동의가 되지 않는다. 마침 박 의원은 야당 내의 대표적인 검찰개혁론자이고, 최근에는 ‘전직 검찰총장의 20억 수임료’ 문제를 폭로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번에도 오비이락인가.

추미애 대표에 대한 기소만 해도 그렇다. 검찰이 나서서 정치의 판을 깨려는 의도가 아닌 다음에야, 적어도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기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검찰은 전격적으로 추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얼마나 대단한 사안이길래 그랬을까 궁금해서 내용을 들여다 보았다. "16대 국회에서 법원 행정처장에게 동부지법을 존치하기로 약속을 받아냈다”는 주장이 허위였다는 것이다. 추 대표가 그런 요청을 하기 이전에 존치 방침이 정해졌으니 허위라는 얘기인 듯한데, 가히 ‘현미경 기소’라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 현역 의원들은 선거 때고 아니고를 막론하고, 지역에서 이루어진 일들이 다 자기가 노력한 결실이라고 홍보를 한다. 아마 검찰이 추 대표에게 들이댄 잣대를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적용하면 무사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다들 알다시피 추 대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해온 제1야당의 대표이다.

새누리당으로 가도 편파적 기소는 마찬가지이다. 기소된 11명 가운데 친박 의원은 단 한명 뿐이라는 것이 언론들의 분석이다. 그러니까 대부분 비박계 의원들만 기소의 대상이 되었다는 얘기이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친박계야말로 선거법을 가장 잘 지키는 도덕적인 집단임을 검찰이 보증해준 셈이다. 더구나 김성회 전 의원에 대한 출마 포기 협박으로 고발당한 친박계의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내가 형에 대해 별의 별 것 다 가지고 있어“라고까지 위협하며 경선 포기를 압박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이 내려준 결론이었다.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되자 김수남 검찰총장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없이 법대로 처리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같은 주장과는 달리, 지금 비쳐지는 검찰의 모습은 검찰 자신이 ‘친박 조직’이 되어버린 그 자체이다. 검찰은 이미 진작부터 대통령만을 결사적으로 지키는 친박의 일원이 되어 법의 칼을 휘둘러왔다. 대통령이 오전에 한마디 하면 검찰은 그날 오후부터 움직였고, 대통령이 그런 일 없다고 하면 검찰은 번번이 그것을 확인시켜 주곤 했다. 대통령의 의중과 말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해버린 검찰, 더 이상 스스로의 힘으로 개혁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법의 칼을 휘두르는 권력이 정의를 배반할 때 나라를 어떤 혼돈 속으로 몰아가는가를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검찰 망국론’이 나올 지경이다. 그래서 검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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