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의 재단 해산 발표가 ‘증거 세탁 수순’이라는 야당 주장에 무게 실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미르·K스포츠 재단을 해체하기로 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도로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에 대한 증거인멸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1일 <한겨레신문>이 전했다. 전경련이 전날 발표한 미르·K스포츠 해산 및 신설재단 설립이 청와대의 개입 의혹에 대한 증거인멸 수순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거액을 출연한 한 재벌기업에서 지난달 28일 하루 만에 두 재단 관련 서류를 일제히 파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미르 재단에서는 임직원들이 대량으로 파기한 서류 더미가 목격됐다. 이들 재단에 800억원의 기금이 모인 과정과 이 돈의 사용내역을 은폐하려는 행위가 공공연히 진행된 정황이다.

한 재벌기업 계열사의 임원은 3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28일 그룹 차원에서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 출연이나 재단 설립과 관련한 자료는 모두 없애라는 요청이 왔다”며 “이에 따라 나를 포함한 임직원들이 모두 인쇄 형태로 보관하던 자료는 문서 파쇄기에 집어넣었고 과거 주고받았던 이메일 등은 컴퓨터에서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작업은 지시가 내려온 28일 하루 동안에 모두 이뤄졌다”며 “우리는 그룹 차원에서 지시를 받았으나, 이런 작업이 다른 출연 기업들에서도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한겨레> 취재진이 30일 오전 미르 재단이 입주한 서울 논현동 빌딩을 찾아가 주변을 둘러보다 2층 주차장에서 미르 재단이 문서를 파기한 뒤 이를 담아 버린 대용량의 쓰레기봉투를 목격했다. 이 빌딩 관계자는 “미르 재단에서 오늘 아침에 내다 놓았다”고 말했다. 문서 파쇄는 최근 전경련에서 파견한 신임 경영지원본부장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재단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문서 파쇄를 지시하며 수사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했다면 증거인멸 교사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형법에선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전경련이 이처럼 미르와 K스포츠를 서둘러 해산하고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과 이들 재단이 보관하고 있던 서류를 파쇄하고 있는 것은 청와대가 이들 재단 설립과 모금, 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증거 세탁’ 의도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경련의 재단 해산 방침에 대해 “재단의 명칭 등을 바꿀 경우 법인의 수입지출 내역이 담긴 금융계좌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기존 미르, K스포츠의 금융계좌는 사라지게 된다”며 “두 재단이 숨기고 싶은 기록을 ‘세탁’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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