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8개 그룹 참여하고 매출액 기준 출연금(500억원) 배정” 적시

[폴리뉴스 정찬 기자] 미르재단 설립을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대기업 내부문건이 공개됐다. 

<한겨레신문>은 30일 ‘미르 재단’을 주도적으로 설립한 주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말고 청와대도 포함돼 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 27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고위관계자의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해서 전경련에서 일괄적으로 기업들에 할당해서 한 것”이라고 말한 녹취록 공개에 이은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겨레>가 공개한 모 대기업의 내부문건은 미르재단에 대해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한 정부(청와대)와 재계(전경련)가 주관하는 법인 설립 추진”이라면서 “대표 상위 18개 그룹이 참여하고 매출액 기준으로 출연금(500억원) 배정”이라고 돼 있다.

이 문서는 지난해 10월25일 한 재벌그룹 본부가 각 계열사의 계약담당 임원들에게 내려보낸 것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주관한다고 명기돼 있었고 미르재단 모금 액수 500억 원까지 ‘배정’돼 있었다.

이 문서에는 다음날인 26일 오전 10시까지 서울 강남의 팔래스 호텔로 가서 미르 재단 설립에 필요한 서류작업에 참여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가지고 갈 서류로는 재산출연증서와 법인등기부등본 1부, 대표이사 법인인감증명 2통, 사용인감을 적시했다.

이 문서를 <한겨레>에 제보한 이는 “그룹 관계자가 25일 오전 계열사 임원들에게 전화를 한 뒤 그 내용을 좀 더 분명히 하기 위해 오후에 다시 보낸 문서”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 문건을 공개할 경우 문서양식이나 서체 등으로 제보자의 신분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문서의 사진은 싣지 않고 내용 일부만 발췌해 전했다.

<한겨레>는 제보받은 문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26일 팔래스 호텔 모임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와 접촉한 결과 이 관계자는 “10월25일은 일요일이라 다들 쉬는데 그룹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고 필요한 인감과 서류들은 회사에 있어 26일 아침 일찍 회사에 들러 서류를 작성하고 출력해 팔래스 호텔로 가느라 무척 시간에 쫓겼다”고 말했고 또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재단 출연금을 모금한 통로는 전경련이어도 우리는 처음부터 청와대가 추진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팔래스 호텔 관계자도 “10월26일 아침 7시 전경련이 연회장을 예약했고 예정 시간을 넘겨 점심시간이 지나서까지 사용했다”고 말했다. 문건 내용이 사실임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문건은 또 “출연금을 내는 일정과 그 범위는 추후에 논의하자”고 적고 있다. 이를 두고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출연금이나 기부금을 내겠다고 하고 일정을 뒤에 정하는 것은 수해나 재해 등 긴급한 상황일 때”라며 “출연금 일정과 범위를 나중에 정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급한 상황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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