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2년 인구절벽에 수도권 인구집중…위기를 준비하지 않는 자들의 운명”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20일 <폴리뉴스></div>와의 인터뷰에서 모병제와 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사진=이은재 기자>
▲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20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병제와 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대권 잠룡’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중앙 정치 무대 전면에 나섰다. 그동안 논의 자체가 금기시돼온 ‘모병제’를 정치권의 화두로 세우면서부터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안보논리에 밀려 외곽에서 머물던 모병제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냈다. 남 지사는 또 역대 경기도지사들이 관행적으로 반대해왔던 수도 이전을 전면 찬성하며 정부 중앙부처의 이원화로 인한 극심한 국력낭비를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지난 20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코리아 리빌딩의 아젠다”라며 모병제와 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남 지사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대한민국에 다가오는 위기가 보인다고 했다. 그는 “모병제를 얘기하면 ‘정의롭지 못하다’, 또 수도 이전 문제를 얘기하면 ‘위헌판결 나지 않았느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도대체 가만있으란 말이냐”며 발끈했다. 남 지사는 “위기요소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리빌딩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2022년이 되면 병력 자체를 충원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그가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핵심적인 이유다. 실제 대한민국은 2025년 전후로 인구절벽(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이 예상된다. 따라서 지금부터 군 병력 운용 방식 전환을 적극 논의해 2022년까지는 완전히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지사는 2025년 인구절벽이 오면 현재 규모의 군 병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유지하더라도  복무 기간을 다시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징병율이 70% 남짓 돼야, 군이 강하다. 지금은 거의 88%에 이른다”면서 “징병율을 100% 가까이 하면서 복무 개월 수를 늘리는 것이 가능한 문제냐”고 반문했다.

남 지사는 또 “국가가 디자인을 잘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군대를 만들면 너도나도 군을 가려 할 것”이라면서 “고위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면, 취업을 하고 싶다면 군에 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출세,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군이 될 수 있도록 국가가 디자인을 해줘야 한다며 자신의 모병제를 비판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말에 빗대 “지금이야말로 정의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군의 복지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비판한 것이다.

남 지사는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수도를 이전하면 지금과 같은 의미의 수도권 억제 정책은 털어낼 수 있다. 중요한 건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가치”라면서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서로 윈윈(Win-Win)하는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국회 세종시 분원 설치’에 대해 “지금 정부도 두 개로 쪼개서 복잡한 판”이라면서 “또 다른 비효율의 확산”이라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국가의 균형 발전을 위해 정부와 국회를 지방으로 옮기더라도 분산이 아닌 통째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좌측)와 본지 김능구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은재 기자></div>
▲ 남경필 경기도지사(좌측)와 본지 김능구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은재 기자>

다음은 남경필 도지사와의 인터뷰 전문.

▲ 남경필 도지사는 요즘 국민들에게 신선미를 주고 있다는 평가다. 연정이나 금기시됐던 모병제를 책임 있는 리더가 주창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여야를 뛰어넘는, 국민들에게 뭔가 해법을 제시하려는 노력이라고 보고 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 위기의식이다. 지금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 과연 안녕할까 라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고, 결국 안녕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다가오는 위기가 보이는데, 가만있을 것인가. 지금 모병제를 얘기하면 ‘정의롭지 못하다’, 또 수도 이전 문제를 얘기하면 ‘위헌판결 나지 않았느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도대체 가만있으라는 말인가. 대한민국 국부가 그동안 건국 이후 굉장히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양극화가 심해지고 저성장으로 인해 잠재력이 없어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고령화로 인구절벽 문제가 떠오르고, 미‧중 갈등 등 외교안보의 구조적인 변화 등 갖가지 4중파고가 오고 있다. 대한민국호가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항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드는데 가만있으라는 말인가. 위기요소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한민국이란 배를 리빌딩 해야 된다. 첫 번째가 정치다. 최근 여러 통계에 의하면 30년 안에 100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없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2022년부터는 현재와 같은 60만 대군을 유지할 수 있는 병력 자체가 없어지는 상황이 온다. 그래서 화두를 던진 것이다. 코리아 리빌딩의 구체적인 아젠다들을 얘기하는 것이다.

▲ 모병제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비판한 것에 대해 사람들은 일정 공감을 하고 있다. 모병제가 되면 돈 있는 사람들이 뭐 하러 군대 가려 하겠나, 주로 흙수저들이 군대 가는 상황이 된다는 얘기다.

- 지금도 그렇다. 지금이야말로 있는 집 자식들, 힘 있고 돈 있는 자식들은 군대 안 간다. 가더라도 아주 좋은 곳으로 간다. 이른바 꽃보직이다. 근데 없는 집 자식들은 무조건 끌려가서 가장 힘든 보직을 받아서 복무한다. 모병제가 되면 물론 있는 집 자식들은 많이 안갈 것이다. 그러나 없는 집 자식들도 안갈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 흙수저들도 안 가고 싶으면 안 가도 된다. 국가는 어떻게 잘 디자인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군대로 만들 것인가 고민해야 된다. 군대는 출세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 이미 우리사회에 없어져 버린 신분상승 사다리를 군을 통해 만들어 줄 수 있다. 국가가 디자인을 잘하면 군을 너도나도 가려 할 것이다. 그러면 정치권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이런 선언을 할 수 있다. ‘내가 대통령되면 군에 안 갔다 온 사람은 장‧차관 안 쓰겠다’, ‘군에 갔다 오지 않으면 새누리당에서는 공천 없다’는 식이다. 물론 장애인이나 여성들은 다른 문제다. 신체 건강한 남성은 군대를 갔다 오지 않으면 장‧차관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또 군에 갔다 오면 100% 취업이 되도록 한다. 현재 군대와 경찰, 소방공무원 등은 개별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인데 군이 교육의 기본 베이스를 하도록 한다. 군을 갔다 온 사람들만이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 같은 국가공무원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제대한 후 대학 가려는 사람들에게는 월 200만원씩 준다. 일 년이면 2400만원이다. 일 년에 2000만원씩 저금하면 육천만원의 예금이 생긴다. 지원도 해준다. 대학 등록금을 깎아주고, 인센티브도 주고, 군에 가면 좋은 대학 싸게 다닐 수 있도록 한다. 복무기간 동안 직업 교육도 시켜준다. 아예 직업 알선을 해주고, 공기업이나 공무원 뽑을 때 인센티브를 준다. 스타트업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군 안에서 서로 특수병과, 전문병과와 관련된 스타트업을 만들어 할 수 있도록 해주면 군이 신분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 새로운 세계가 군에서 펼쳐질 수 있다는 건가.

- 지금 같은 세상을 그냥 놔두고, 군대 안 간다고 (비판하면 되겠나.) 10, 20만원 주는데 누가 가나. 안 간다. 그것이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고위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으로 봉직하고 싶은 사람은 군대를 다 가도록, 군에 가면 신분이 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해줘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정의롭지 않다. 

▲ 모병제를 주장하면서 군 규모를 30만 명으로 꾸리자고 했다. 군 출신들에 따르면 공군 해군은 무조건 15만 명씩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면 육군이 15만 명밖에 없다는 얘긴데, 15만 명으로 어떻게 북한의 100만 대군에 대응 하겠느냐는 비판을 한다.

- 해군과 공군이 15만 명 필요하다는 얘기는 잘 모르겠다. 사병 숫자를 18만 명으로 줄이는 거다. 

▲ 모병제 여론조사를 보면 찬성에 대한 비율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 같다.

- 모병제 하자는 추세는 늘어나고 있다. 모병제 안 된다는 분들의 주장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근본적으로 모병제가 안 된다는 분들과 시기상조라는 분들이다. 시기상조라는 주장과 토론하다보면 조만간이라고들 하는데 그게 2022년이다. 그때는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충원할 수 없다. 병력 자체가 없다. 변화가 필요하다. 2022년 금방 온다. 방법은 하나 있다. 복무 개월 수를 왕창 늘이는 거다. 근데 그것이 가능한가. 불가능한 얘기다. 징병율이 현재 90% 가까이 되는데 군 내 폭력, 인권문제 등의 병영 문제가 생기고 있다. 징병율이 70% 남짓 돼야, 군이 강하다. 지금은 거의 88%에 이른다. 이것을 100% 가까이 하면서 복무 개월 수를 늘리는 것이 가능한 문제일까?

▲ 군에 들어갔지만 생활을 정상적으로 못하는 위험사병이 제법 된다고 한다.

- 제법이 아니라 가장 높은 등급의 관심병사가 오천 명이다. 이 오천 명을 케어하고 있는 군 부사관이 만 명인 상황이다. 

▲ 모병제에 회의적인 유승민 의원에게 대안을 제시하라고 했는데.

-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거다. 2022년이 앞으로 5년 후에 다가온다. 모병제가 싫으면 대안을 제안해야 된다. 3년으로 복무 개월 수를 늘리자 이런 얘기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 지난 총선 때 국회의 세종시 분원 설치가 굉장히 비판받았다.

- 그건 지금도 반대다. 분원 설치가 무슨 해법인가. 또 다른 비효율의 확산이다.

▲ 아예 정부와 국회가 옮겨야 된다는 건가.

- 특히 국회를 두 개로 쪼갠다? 안 그래도 지금 정부를 두 개로 쪼개서 복잡한 판이다.

▲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라는 건가.

- 개헌해야 한다. 정치권력 재편 넣어서 개헌해야 된다. 이대로 가면 5년 뒤 경기도 인구가 1700만이 된다. 그러면 인구 5000만 중에 수도권에 3000만이 몰리는 셈이 된다. 이게 나라가 아니다. 그러니까 지자체 30개가 없어진다는 통계가 나오는 거다. 다가오는 현실이다. 지자체에서 인구가 줄어들고 아이 안 낳는 곳은 정책을 펼 수가 없다. 무슨 경제가 활성화 되겠나.

▲ 전임 경기도지사 가운데 오히려 수도를 옮기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처음인 것 같다. 수도권 단체장들은 지방과 정책상 대립해오는 모양새였다.

-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다. 수도를 이전하면 지금과 같은 의미의 수도권 억제 정책은 털어낼 수 있다. 현재의 수도권 억제 정책에 찬성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가치다.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 지금은 충돌하는 가치밖에 없다.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서로 윈윈(Win-Win)하는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 있으면 2022년 남짓에 대한민국은 큰 위기에 빠진다.

▲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10, 20년 뒤를 내다보는 경우가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남짓이면 5년 남았다.

- 5년 뒤에 다가올 얘기들을 얘기하는데도 시기상조라고 한다. 임진왜란을 앞두고 일본 통신사에 갔다 온 뒤의 논의를 보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그 때 그 임금님 앞에서 했던 신하들의 논의를 보면 위기를 준비하지 않는 자들이 겪어야 할 운명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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