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부터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을 순차적으로 신제품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1조 원이 훌쩍 넘는 매출액을 포기하며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으려는 삼성전자의 결단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또한 사후약방문이다.

삼성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이번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의 원인은 삼성SDI에서 만든 제품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그동안 각(角) 배터리에 치중했던 삼성SDI가 갤럭시노트7에 적용하는 파우치(주머니)형 배터리 생산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다가 기술개발을 제때 하지 못해 결국 이 같은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

삼성SDI가 발화의 문제를 안은 배터리를 생산한 것도 초일류 기업에 크게 못 미치는 성과라면 이 제품의 성능 테스트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삼성전자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특히 휴대폰에 직접 충전을 하는 형태로 제작된 갤럭시노트7이라면 더더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안전성을 체크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보자도 저지르지 않을 실수를 글로벌 선도 기업인 삼성전자가 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불량률이 적다 보니 테스트를 진행했던 배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해도 신뢰도의 추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느낌이다.

지난해부터 삼성은 핵심이 아닌 계열사를 매각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사업 개편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지만 매각하는 계열사 중 일부는 삼성의 이름과 걸맞지 않은 실적을 낸 곳도 있다. 특히 한화에 매각한 삼성테크윈은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에는 무용지물이 돼버린 자주포를 바라보며 국민들은 초일류 기업 삼성이란 단어에 도리질을 쳤다.

뿐만 아니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창궐했을 때 삼성서울병원은 늑장을 부리고 허술한 대응을 해 메르스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국내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인정받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삼성에게 흔히 붙이는 ‘일류’라는 명성이 결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매분기 8조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제조업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여전히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에는 많은 이들이 방진복을 입고 근무를 하고 있다. 전 공정이 자동화됐을 것이란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게다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일부 노동자들에게 백혈병이 발생하며 한 때는 ‘죽음의 공장’으로도 불리기까지 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보상 절차를 마무리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2009년 모바일플랫폼인 ‘바다’를 공개했다. 다른 기업이 만든 운영체체(OS)를 사용했던 삼성으로서는 ‘하드웨어에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에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바다를 선보였다. 그러나 바다는 여전히 전 세계 시장에서 아직까지도 소수만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글이 작은 회사였던 안드로이드를 인수해서 성장시킨 지금의 안드로이드는 애플의 iOS와 스마트폰 OS를 양분하고 있다. 삼성의 개발자 수가 안드로이드 개발자보다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인해 이 같은 OS를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도 자신이 ‘최고’라는 자만심 때문에 다른 이들의 참견과 훈수, 조언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이유는 아닐까. 좋은 말은 귀에는 거슬리지만 행동하기에 이롭다는 말이 있다.

삼성이 초일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자만심을 버려야 할 것이다. 구글의 검색엔진,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해야만 한다. 10월이면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된다. 책임경영을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삼성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만을 내지 말고 체질까지 바뀌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초일류 기업은 저만치 멀리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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