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 노(魯) 나라의 미생(尾生)이란 사람은 사랑하는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그녀를 기다렸다. 여자는 오지 않고 소나기가 내리며 물이 갑자기 불어났지만 미생은 자리를 뜨지 않고 오히려 교각을 끌어안고 죽음을 맞았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지만 그만큼 약속을 무겁게 여겼다고도 볼 수 있다.

약속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기업들 간의 거래에서는 더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릴 만큼 침체된 경제상황에서도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는 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기존 시내면세점을 운영하던 업체들과 지난번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은 이번 입찰에서 특허권을 한 개라도 더 따내기 위해 저마다 전략을 마련하느라 눈에 불을 켜고 준비를 하고 있다. 더욱이 내홍을 겪고 있는 롯데가 이번 사업 입찰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며 면세점사업을 해보지도 않았던 업체들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기 위해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던 기업들 중 일부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오히려 주변 상권에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 특허권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남대문시장’, ‘노량진 수산시장’, ‘용산전자상가’와의 상생을 약속했다.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모든 것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과연 그 약속이 얼마나 이행되었는지,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답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밀려드는 관광버스의 불법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묻는 것은 촌스럽게 느껴질 상황이다.

정치권에서 지난 총선 때 당론으로 정한 공약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마저 이런 못된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각종 약속들로만 채워진 사업계획서만을 볼 것이 아니라 지난해 특허 획득을 위해 내세운 공약들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특허권을 획득한 기업들은 주변 상인들과의 상생을 강조했다. 과연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은 주변에 시내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파급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가시적으로 상생 시너지를 내고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한 업체는 특허가 수익성이 떨어지자 가차 없이 특허를 반납하는 일까지 벌어져 도덕적 해이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런 업체가 이번 특허 참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정부의 특허관리가 부실하다는 논란마저 일고 있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일단 내질러놓고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는 것이 아니다. 미생이 우리에게 던져 주는 교훈은 어수룩하게 당하지 말고 상황을 잘 판단하라는 교훈과 함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야심작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 문제가 불거지자 삼성전자는 천문학적인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도 신제품으로 교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는 세계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이윤을 위해 정부와의 약속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기업에게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준다면 그 피해는 주변 상인들과 우리나라 신인도에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정부가 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에 사업계획과 함께 약속 이행 가능성도 철저하게 따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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