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또 하나 중심축이 새누리당인데, 심한 안갯속이다. 현재로서는 ‘오리가 무중’이다. “내년 1월 중순 전에 귀국하겠다”고 지난 15일 뉴욕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일행에게 자기 입으로 밝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과연 ‘이탈자 없는 현 상태 새누리당’의 후보가 될 수 있을까가 최대 관심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새누리당의 정치적 근거이자 본산인 TK세력의 전폭적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보수층들이 그를 확실한 ‘내 식구’라고 인정할 만한 소속감과 정서적 일체감이 크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마땅한 ‘포스트 박근혜’ 주자가 없는 친박계가 급히 빼든 카드라서 반 총장은 정치적 자생력이 약하고, 당 안팎의 본격 검증과 공세가 시작되면 그가 얼마나 견뎌낼지 불투명하다. 현실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과 오랜 국내 공백기(10년)도 약점 요소다. 양복에 가려져 대중에게 보여질 기회가 없었지만, 그의 정치적 근육과 맷집이 얼마나 강할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더구나 이제는 ‘종이 호랑이’도 못되는 JP의 눈도장에나 열심인 건 반 총장의 대패착이자 결정적 한계로 보인다. 그가 만일 “JP의 내락을 얻으면 충청권을 기반으로 영남권의 협조 아래 대권을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판단 착오다. 내년 대선은 지역 대결이 아니라 세대 간 대결일 공산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유엔사무총장이라는 타이틀의 약효는 본 게임이 시작되고 국내 문제로 치열한 논쟁에 돌입하면 빛을 잃을 것이다.  

유승민 의원. ‘다크 호스’ 정도가 아니다. 그가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될 경우  말 그대로 선풍을 일으키며 야권후보에 가장 위협적 존재가 될 것이다. 그에 대한 친박계의 반대 강도와 새누리당 이탈 여부가 관건이다. 그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친박계나 청와대에 머리 숙인다면, 그 순간 그의 현 잠재력은 급전직하할 게 자명하다. 계속해서 현 정권과 예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의 현재 정치적 체급을 만들어준 게 청와대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싫지만 유승민은 좋다”는 생각을 가진 20대들이 많다는 것은, 세대 간 표 대결이 확실시되는 내년 대선에서 여야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총선패배 이후 자신의 시간표에 맞춰 나름대로 의욕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현 정권 출범이후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보인 갈 짓자(之) 행보가 이런 추측의 근거다. 그는 ‘큰 형님’이란 별칭에 어울리는 신뢰감을 축적하는 데 실패했다. 일종의 자업자득이다. 새누리당의 여타 잠재 후보들은 주요 변수로 부상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 

통진당 해산사태 이후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진보권의 통합후보로 누가 될지 아직은 예측하기 힘들지만, 정의당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누가 되든 완주할 것이며, ‘5% 득표’ 여부가 관심사다.

호남이 문재인과 안철수 사이에서 고민중인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단순  도식화다. 호남은 형국을 면밀히 살피다가 결국은 정권교체 실현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에게 힘을 몰아줄 것이다. 그게 ‘문-안’이 아니라 박원순이나 김부겸, 이재명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총선에서는 그랬을지 몰라도 ‘호남=안철수’는 대선전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호남이 ‘안철수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표를 줬다는 근거는 아직 어디서도 찾기 힘들다.  

TK-PK간 분화 양상은 좀 더 가속화되고 확연해질 것이다. 기존 여권으로서는 원고심려해야 할 대목이다. 동남권신공항 문제는 가까스로 수면 하에 잠시 밀어두었지만, ‘사드’와 영남권에 팽배한 체감 경제난, 9월 지진 이후 일고 있는 원전 재난공포가 동해안벨트를 따라 확산되며 선거전의 주요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문두에서 밝혔다시피, 빨라진 대선 시계에 맞춰 때 이른 상상을 해본 것이니 틀릴 가능성이 훨씬 큰 글이다. 그럼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정리한다면, 보수진영에서는 유승민 의원과 반 유승민 측 후보(반기문 총장 가능성은 반반), 문재인, 안철수, 진보계열 후보가 일단 스타트 라인에 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이 모두 완주할까? 단일화나 후보사퇴가 일어난다면 범야권보다는 보수진영 후보들 간에 이뤄질 공산이 커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한 마디로 응축시켜 국민들 심금을 울리느냐와, 세대 간 표 대결이다. 그래서 지금은, 직업적 정치인 그룹들을 묶어 자기편으로 만들려 공들이는 것보다 ‘공부’가 중요한 시기이다. 유권자는 더 이상 ‘개돼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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