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대 대통령선거가 오늘로 정확히 1년 3개월 남았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끝난 후 잠재적 대권 후보들의 출마선언이 잇따랐다. 예상보다 빨랐다. 추석 상 화젯거리에서 빠지지 않으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명절 민심대이동’은 사실 옛말이다. 통신과 교통이 비약적으로 발전되기 전 시절에나 사람들 왕래를 통해 정보와 의견이 전국적으로 교류되면서 민심이 형성되거나 요동쳤지, 요즘 같은 광통신시대, 정보의 시간-지역적 격차가 없어진 마당에는 명절민심이란 것이 경향 간에 크게 다를 게 없다. 

다만, 정서의 교류나 소통은 일부 있을 것이다. 또 특정 지역에서만 알 수 있는 시시콜콜한, 그러나 입소문 차원에서는 결코 무시하지 못할 ‘작은 일화’들은 교환될 것이다. 내년 초는 돼야 대강의 윤곽이 잡히겠지만, 대선 주자들의 행보가 빨라졌으니 위험을 무릅쓰고 때 이른 대선 상상을 해보자. 범 야권진영과 보수진영, 둘로 나눠 싣는다. 

먼저 안철수 전 대표. 2011년 서울시장 보선과 2012년 대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안철수의 선거였다. 그가 후보가 되든 안되든 그는 가장 큰 변수였다. 지난 4.13 총선에서도 의외의 성적을 올리는 등 안철수는 정계 데뷔 후 줄곧 분석과 담론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러나 그런 거론 빈도에 견주자면 그의 요즘 처지는 옹색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인 반기문 문재인과 상당한 격차가 있는 3위이며, 4위 추격그룹들과의 차이가 좁혀지는 형국이다. 물론 지금의 여론조사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4.13 총선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부구조 확충과 외연 확대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정체 내지는 축소되고 있기에, 대선 주자로서의 안철수 역시 답보 내지는 퇴보 양상이다. 

안철수는 돌파구가 절실하다. 새누리 비박계 일부세력과 연합해 이른바 ‘안철수표 중도통합 후보’가 되려 할 것이다. 현 상태 국민의당으로는 대선 후보로서의 경쟁력이나 존재감확보가 난망하기 때문이다. 새누리의 어떤 그룹이 그와 연합할지, 규모는 어느 정도일지가 변수다. 그가 어느 정파를 토대로든 대선 후보가 돼서 본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높고, 출마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완주할 것이다. 안 전 대표는 ▲표심이 의석비율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 현행 선거구제의 개편과, ▲결선투표제 도입에 총력을 다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는 명분도 충분하고, 그에게 실리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안철수와 새누리 일부의 ‘연합’-꼭 안철수의 새누리 입당이나, 새누리와 국민의당의 합당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과 관련, 국민의당에서 일부 세력이 이탈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정의화 그룹’이 중도통합을 내건 안철수 측과 합칠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하산 시기를 고민중인 손학규 더민주 전 고문은 내년 초까지 독자노선을 걸으며 세력 재규합을 시도할 것이다. 몸집을 최대한 키우는 게 제 정파와의 제휴나 연합을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도는 불투명하다. 그의 과거 정치기반이 최근 10년 간 전국 단위 큰 선거를 두 세 차례 치르면서 축소돼 한창 때의 그것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야권의 본류인 더민주에 가담해 정권탈환에 힘을 싣는 정치적 명분을 택할지, ‘안철수-새누리 일부세력’에 가세할지는 아마 본인도 아직 계산이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손 전 고문에게는 야박하게 들리겠지만, 어느 정파를 토대로건 그가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역대 최고의 슬로건을 남기고 원로그룹으로 물러나는 일이 남은 게 아닌가 싶다. 박원순 김부겸 안희정 이재명 등 장강의 뒷 물결이 그만큼 거세고 빠르기 때문이다.

야권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시장직 중도사퇴라는 걸림돌이 있는데, 결국은 ‘혁명적 구국을 위한 양해성명’ 발표 후 시장직 사퇴하고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 소속 당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가장 북적이는 곳은 더민주다. 문재인-박원순-김부겸-이재명-안희정 등의 경쟁 끝에 결국 문재인 전 대표가 후보가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현재로선 주류다. “그래도 문재인 아니냐”는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다. 문재인 대세론의 균열 여부는 더민주 여타 후보들의 세일즈와 공략에 달려있다. ‘친문’의 당내 장악이 강고하다는 것은 8월 전당대회에서 확인됐기에 여타 후보들의 공략법에서 각 후보들의 내공이 확인될 것이다. 더민주 경선과정은 치열하되, 서로를  깍아내리는 ‘마이너스 게임’으로 가지는 않을 듯하다. 공멸의 길임을 서로가 너무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고, 최소한 그 정도의 컨센서스는 이뤄져있다고 보여진다. 

문재인 대세론이 돌발적 요인으로 붕괴되지 않는 한, 박원순 이재명 김부겸의 지지율이 더 큰 관심사일 것이다. 차차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장의 당내 영향력은 미미해서 독립변수는 아닐 것이다. 다만, 여야를 아우르는 일부 이합집산 같은 개편은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큰 판’이 짜여지면 그런 움직임은 찻잔 속 태풍이 될 공산이 크다. -20일 2부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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