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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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어제(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연설이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배했다며 이틀 째 국회의장실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귀를 의심할 정도의 막말도 서슴없이 튀어나왔다. 염동열 의원(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은 정세균 의장을 거론하며 “악성균이고 테러균이고 암같은 바이러스균”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의장을 뽑을 때는 좋은 발효균이 되라고 뽑았다. 그런데 악성균, 테러균, 그 테러균은 이제 추경파행균으로 민생파괴균으로,   지카바이러스보다 메르스보다 더 크게 국민 아픔을 지속적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당 대표도 나섰다. “한 마디로 민생을 볼모잡고 국회를 인질잡고  예상되는 피해를 다 감안한 정치 테러”라며 “(정 의장의 개회사는) 새누리당이 어떻게 반발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계산된 도발이다. 누구보다 국회법을 잘 알고 입법취지를 잘 아는 분이 즉흥연설이 아니고 원고를 써서 수차례 독해를 거쳤을 게 뻔한데 이렇게 했다는 것은, 준비된 테러를 했다는 것은 국회고 국민이고 무시하고 정치야욕을 채우기 위한 테러”라고 강조했다. 

집권 새누리당에게 묻는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수장이 정치현안에  대해 발언하는 게 무슨 문제인가.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특정 정파를 대변했다고 공격한다. 정 의장이 개원사에서 “제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라 생각하고 들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시피, 국민들 상당수의 생각을 국회의장으로서 행정부에 전하고,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며 20대 국회 첫 정기회의에 임해달라는 ‘당부’를 한 것이다. 의장으로서 당연한 주문이자 권고 아닌가? “행정부 감시와 견제가 국회의 본연 임무이자 존재 이유”라는 정치학개론 1장의 말을 굳이 재론하는 것 자체가 남사스럽다.  

국회의장의 중립성 의무는 회의 진행이나 여야 대립 시 중재에 나설 때  적용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국회의 수장으로서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행정부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의장 본연의 직분이자 의무이다.  또, 국회의장으로서 개원국회 첫 정기회를 맞아 국회 구성원들인 의원들에게 정기국회에 임하는 소회를 발언하는 것이 어떻게 중립의무를 어긴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다. 

새누리당이 의장의 개회사 내용을 핑계로 국회일정을 전면 거부하면서 국회를 마비상태로 몰고 가는 것 역시 자가당착이다. 새누리당은 그간 줄기차게 “추경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조속 통과를 주장해왔다. 추경의 시급성이 갑자기 사라졌는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도 거부해 야당 단독으로 진행시키더니, 의장 개원사를 트집 잡아 국회를 마비상태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 항간에서는 “새누리당의 여소야대 돌파전략 아니냐”는 비아냥 마저 쏟아지고 있다. 웃어넘길 말이 아니다. 각종 SNS에는 정 의장의 개회사 전문이 확산되고 있다. 진영에 따라 반응이 다르긴 하지만, 새누리당의 반발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많다. 그 중 몇 개를 옮긴다. “새누리당이 저렇게 흥분하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 “전문을 읽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다 옳은 말인데 뭐가 문제지~ 새누리 의원들 송로버섯 너무 먹었나?”, “국회의장이 이 정도 말도 못하면 어떻게 해? 그리고 어디가 편파적이지? 호소구만”…. 반면에, “정 의장이 지나쳤다”, “우회적으로 표현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반응들도 있다. 찬반 댓글 개수로 뭘 정하자는 게 아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높이와 생각을 가늠하라는 의미에서 옮겼다. 

새누리당은 말로는 4.13 총선 민의를 겸허하게 받들겠다고 되뇌어왔지만, 구두선이었을 뿐 총선참패의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게 분명하다. 의장의 개원사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야말로 상식적이다. 그 상식을 공유하지 못하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부적격이다. 새누리당은 의장실로 몰려가 의장실 직원들 멱살드잡이를 하거나 소란피울 일이 아니라, 자신들의 상식 수준 먼저 성찰할 일이다. 국회의장이 새누리당 입맛에 맞게  말하면 중립성 위배가 아니고,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면 중립의무 위반인가? 

정 의장의 개원사에도 적혀있듯이 “국회는 여와 야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대표해서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의회 고유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트집과 국회 운영 보이콧은 새누리당 스스로 청와대와 행정부의 국회출장소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 대패한 것이다.  

정 의장 개원사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정치의 역할을 부정하면 그 자리를 관료주의나 시장만능주의가 대체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경쟁에서 밀려난 힘없는 서민들은 그 존엄성마저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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