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규명보다 사고책임·비협조 질타에 시간 소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인석에 앉은 피해자 임성준 군이 청문회 내용을 듣고 어머니에게 기대있다.<사진=연합뉴스></div>
▲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인석에 앉은 피해자 임성준 군이 청문회 내용을 듣고 어머니에게 기대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속 빈 강정이었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9일 청문회를 열었지만,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 책임자들이 대거 불참했다.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한 28명 가운데 옥시 본사 관계자 등을 포함한 13명이 출석답변을 하지 않거나 불출석 입장을 전달해왔다.

이날 청문회 불참자 명단을 살펴보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책임성이 높은 거라브 제인 전 ‘옥시’ CEO(최고경영자), 신현우 전 옥시 사장과 관련 임직원은 대부분 불참했다. 또 옥시 측의 의뢰를 받아 유리하도록 허위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일재 호서대 교수, 조명행 서울대 수의대 교수 등도 청문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청문회는 자연스레 진상 규명보다는 저조한 증인 참석률과 비협조적 답변에 대해 질타하는 모습으로 변질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최대 가해기업으로 지목된 옥시 레킷벤키저의 영국본사 책임을 추궁하는데 여야 의원들이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은 레킷벤키저와 옥시의 인수·합병이 이뤄지기 전인 2000년 옥시가 제품의 흡입 독성 실험 필요성을 인지했지만, 인수합병이 이뤄지기 전 한국을 방문한 본사 측의 요구로 실험을 중단한 내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대표였던 신현우 전 사장의 진술에 의하면 2001년 연구소에 온 본사 측 연구원은 ‘가습기당번’의 흡입독성 실험을 중단하고 그 자료를 영국으로 넘기라고 했다고 한다”며 본사 개입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레킷벤키저가 영국 정부의 요청을 이유로 특위의 현지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거듭 질타했다. 하 의원은 “영국 대사관은 이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본사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 여부를 영국정부가 조사해줄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우원식 특위 위원장도 “대사관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레킷벤키저가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을 기망하고 속인 것으로, 매우 중대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아타울 라시드 사프달 옥시 코리아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본 피해자분들과 그 가족이 겪은 큰 상처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피해자와 가족에게 가능한 많은 지원을 드려 그분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상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프달 대표는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던 배경에 대해 “당시에 옥시레킷벤키저는 글로벌한 소비자안전지침을 마련해두지 못했고 영업하는 국가의 국내 규정을 준수하고 있었다”라며 “당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은 한국에서 독성유해물질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추후 실험에서 옥시의 제품이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밝혀진 것에 대해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한다”며 “이런 비극이 일어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거듭 사과했다.

가습기 청문회는 이날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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