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사로잡힌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뉴스컴) 대표의 이름이 연일 언론보도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건 외에도 박 대표는 2009년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던 금호아시아나가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앞둔 상황에서도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고,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뛰어든 GS로부터도 컨설팅 용역을 수주했다고 전해졌다. 또한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LIG로 부터도 거액의 용역을 수주했다.

뉴스컴이 시장 가격을 넘는 용역료를 받는 것이 불법적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은 사법기관의 몫이니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박 대표가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이 같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가 확보한 인맥이 있었다. 인맥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상황에 놓인 기업에게 박 대표의 인맥은 ‘금동아줄’로 보였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부정과 부패로 인한 각종 ‘게이트’로 인해 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수모를 겪었다. 이 때문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혐오’ 단계에까지 이르렀으며 재벌에 대한 반감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번에 박 대표를 중심으로 해서 일고 있는 각종 의혹들도 이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박 대표가 확보한 인맥 중 기업과 연관된 곳의 수장 또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거나 처벌을 받기보다는 로비를 통해 이를 무마하려는 모양새다. 박 대표 또한 이들의 이런 약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들은 대형 사고가 터지고 나면 “구태를 벗겠다”며 자정운동을 펼치든가 선언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겠다고 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비슷한 일이 발생하곤 했다. 만약 이번에도 국민들이 추측하는 것처럼 불법로비로 판명될 경우 또 한 번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가 침체돼 있고 경쟁이 치열해 생존이 불확실한 최악이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서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며 기업 활동에 많은 응원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이런 구태가 계속된다면 국민들은 지금보다 더 싸늘한 시선을 보낼 것이고 문제를 일으킨 기업의 임직원들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 정도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마저 ‘비리기업’이란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어야 한다.

당서(唐書) 배도전에는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란 글귀가 나온다. 이기고 지는 것이야 병가에서는 흔히 있는 일로 한번 이겼다고 해서 기뻐하지 말고 패배했다고 낙담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겼을 때도 질 수 있음을 잊지 말고 졌으면 왜 졌는지 분석해서 다음에 이기면 된다는 뜻이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스스로 반성해서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말고 정도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의 잘못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기업들이 더더욱 분발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른 이를 등에 업고 요행수를 바라는 일은 구태 중 구태이기 때문이다.

SNS 기사보내기

키워드

#기자수첩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