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보다 더 숨통을 조이는 오기와 불통으로 점철된 나날들

2016년 여름에 한반도를 짓누른 찜통더위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올해 보다 더 무더운 내년이 기다릴지도 모르겠지만, 2016년 여름 내내 온 국민들을 짜증스럽게 만들었던 단어들만은 다시 되풀이해서 듣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4.13 총선 이후 잠시 거론되었던 총선 민의, 협치, 소통, 변화, 혁신, 통합 등의 단어들은 무더위와 함께 슬며시 자취를 감추고 말았고, 불통, 마이 웨이, 오기, 돌려막기 인사, 떼법, 좌파, 종북 등 일방통행과 살벌한 편 가르기를 상징하는 단어들로 채워졌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비리의혹들이 터져 나온 것이 한 달이 넘었고, 급기야 대통령이 사퇴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여 조사를 시켰다. 지난 8월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우병우 민정수석을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고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여 우 수석에 대한 수사를 한다고 밝혔지만 이 시점까지도 우병우 수석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개각이 단행되었고, 경찰청장이 임명되었지만 이들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검증을 책임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우병우 수석이 자리하고 있는 상태에서 제대로 검증이 이뤄졌으리라고 기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았고 잇달아 문제가 터져 나왔다. 애당초 우병우 민정수석은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부실검증에 대한 책임만으로도 그 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계속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본인의 도덕 불감증을 넘어 대통령의 오기와 마이 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논란 또한 점입가경이다. 애당초 정부는 3N(요청도 없었고, 협의도 없으며, 결정도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다가 지난 7월 8일 갑작스럽게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을 발표하고, 곧 바로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로 장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지역 주민들과 단 한 번의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된 결정에 대해 성주군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국방장관과 총리까지 나서서 성난 민심을 달래려 했지만 오히려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고 말았다. 이후 반대 분위기가 누그러들지 않자 성주군내 다른 지역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인근 김천지역과 가까운 롯데 골프장으로 옮긴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이런 발표에 대해 김천시민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고, 한반도 내에 사드배치를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는 성주군민까지 가세하여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어서 언제까지 이렇게 폭탄돌리기를 계속할 것인지 지켜보는 국민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북한 핵과 미사일을 대비하기 위해 사드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북한은 최근 SLMB(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에 성공하여 과연 사드배치로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 이후 지속적으로 북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국민들 가운데는 이것이 안보를 내세운 내부 단속용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이다. 북한과 일체의 대화를 중단한 상태에서 압박과 제재만으로 북한의 내부 붕괴를 기다리겠다는 방식으로 일관하면서 야당이나 시민사회에서 사드 배치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대북전략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좌파’, ‘종북’ 등의 색깔공세를 되풀이 하는 것은 또 다른 불통과 오기의 단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도 여소야대 국회에 안주하여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4.13 총선에서 야당이 분열된 상태에서도 여소야대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불통에 대한 국민의 심판인 동시에 야당이 무기력에서 벗어나 국정의 한 축으로 힘을 발휘하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선택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더민주를 비롯한 야당이 보이는 모습은 국민들의 간절한 바램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 여당의 잘못된 정책과 비리 등으로 빚어진 여러 문제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시적 성과는 별로 없다. 오죽하면 세월호 유가족들과 백남기 농민 대책위 관계자들이 야당 당사에서 농성을 벌이는 사태까지 일어난 것인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부 여당의 불통과 오기만을 탓하기에는 야당 스스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할 수 없기에 더 더욱 안타까운 노릇이다. 대화와 협상은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을 지키되 유연성을 발휘할 줄도 알아야 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원칙 자체가 없거나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수권을 바라는 정당의 태도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내일이면 더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이 된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를 선출할 경선을 관리할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자리인 만큼 의미가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데는 실패한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4,13 총선 이후 대패한 새누리당 전당대회 결과가 도로 친박당이었다면 더민주당의 전당대회 또한 당내 최대세력의 대리인을 누구로 하느냐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뿐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난제들에 대해 당의 노선과 진로를 어떻게 정립하고 책임있는 수권정당으로 외연을 넓혀 나갈 것인지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경쟁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더민주당이 수권야당으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지금 모습에 안주한다면 내년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더민주 밖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스스로를 정립해 가면서도 다양한 세력에게 널리 문을 열어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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