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내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올 초부터 꾸준히 안팎에서 나돌았는데, 그가 직접 자기 입으로 답했다. 

항아리 안의 미꾸라지들 펄떡펄떡 살아움직이게 하는 메기(이 얘기 실은 와전된 거라지만…), 즉 페이스 메이커 노릇일지, 아니면 우승을 다투는 진짜 선수일지를 묻는 분들이 주변에 많다. 

필자 졸견으로는 후자, 즉 완주할 거라 본다. 완주자의 목표는 당연히 1등이다. 잔칫집 북적이게 하는 호객꾼이 아니라, 대문간에 서서 손님들 맞는 잔칫집 주인이 되겠다는 얘기이다. 큰 잔치나 행사때면 장남 뿐만 아니라 형제간들 모두 다 입구에 늘어서서 사람들 맞지 않던가. 

그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품위넘치는 ‘도성 안 대신’이라면 나는 ‘변방 장수’다. 대한민국이 정상적 사회라면 문 대표를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나, 현재 우리 사회는 비상대응이 필요한 전쟁같은 상황이다. 이런 시대에는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장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평소의 그 답게 솔직하고도 직설적인 출사표다. 대선 공약 정리작업에 들어갔다고도 밝혔다. 여권의 강력한 상대로는 유승민 의원을 꼽았다. “유 의원이 개혁적 이미지를 활용해 정권비판적 태도를 취하며 여당 내 야당의 모양새를 갖추면, 새누리당 집권 10년을 겨누는 정권심판의 각이 서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중앙정치 경험이 ‘아직’ 없는 이 시장으로서는 대선후보 경선전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확실히 자리매김하려 할 것이다. “적어도 차차기는 확실히 이재명”이라는 인식을 심으려 할 것이다. 그러니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전의 흥행을 도우려는 불쏘시개, 즉 ‘페이스 메이커’는 아닌 셈이다. 굳이 말하자면 일찍 등교한 학생이랄까? 파괴력과 순발력을 동시에 갖춘 ‘이슈 파이터’가 가세함으로써 야권 대선후보전의 불판은 자글자글 달아오를 것 같다. 

경선전을 완주하고 나면 성적에 관계없이 그의 정치적 체급은 헤비급으로 바뀌어있을 것이다. 페더급에서 미들급을 거치치 않고 바로 헤비급으로 직행하는 복서…. 광의의 노무현과(科)라 할 수 있다. 물론 노무현과  종(種)은 다르지만.

이 시장이 정식으로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몇 가지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첫째, 이 시장 본인은 좀 억울해하겠지만, 싸움닭 이미지가 매우 강한 편인데 어떻게 바꿔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그가 자치단체장 6년 만에 대선 후보로 호출된 배경은 돌직구와 사이다 같은 청량감이다. 이른바 ‘중앙정치(인)’에 대한 실망감이 그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는 주목받기에 충분할 만한 능력과 정치적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성남시장이나  경기지사 정도가 아니라 대선이라면 잣대 자체가 달라진다. 선거구가 넓어진 시장 선거가 아니라는 얘기다.

기존 대선판에 대한 실망에 따른 대체재로 호명된 것이 후보가 되는 데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그를 호출한 상황이 해소되면 그에 대한 관심 역시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반사이익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후보가 되기는 힘들다. 

둘째, 국회 경험 유무를 놓고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여의도를 거치지 않은 것이 대선 후보의 결격사유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특히 한국의 정치판은 중앙정치, 즉 국회의원 경력 여부를 심하게 따진다. 일종의 텃세처럼.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직을 통해 얻어지는 국정경험이 많기 때문에 ‘억지성 시비’라고만 볼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세를 모아가느냐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일 것이다. 기존 ‘여의도 숲’을 헤집고 나가는 돌파력은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정치라는 게 본래   미지수를 지수로 바꿔가는 과정이니까 미리부터 부정적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뉴스만이 아니라 성남시민으로서 7년 정도 지켜보니, 그는 권력을 행사할 줄 아는 선출직이다. 여론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능력도 상당히 검증됐다. 성남시장 취임 직후 ‘모라토리움 선언’부터 시작해서 그가 보인 일련의 언행과 정책은 매우 프로페셔널했다.

셋째, 그가 성남에서 해보이고 있는 성과와 능력이 전국이라는 무대에  적용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도움은 될 것이다. 그러나 차원이 다르다. 대선전은, 성남보다 사이즈만 몇 십 배 큰 확대판이 아니라, 수차가 다른 방정식이다. 2차 방정식과 고차 방정식은 단순한 난이도 차이가 아니라, 접근법과 해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숙제는 이게 아닐까 싶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그는 중앙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반작용으로 호출되었다. 권유받은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자 저쪽에 진열된 다른 물건도 한 번 들었다 놓는 게 아니라, 고객으로 하여금 진짜로 지갑을 열게 하는 매력을 갖췄느냐는  점이다. “대선 후보로 아직은 이르다”는, 막연하지만 대중들 사이에 깊게 배있는 ‘시기상조론’을 그가 불식시킬 수 있느냐, 있다면 어떤 방법일지가 최대 승부처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시기상조론이 막연한 인상평이기는 하다. 그러나 선거란 그 인상이란 것과 입소문이 대세를 장악하곤 한다. 

‘노무현 경험’에서 얻은 학습효과가 있다. 물론 노무현에 대한 기대가 커서였겠지만, 후보로서는 폭발적으로 매력적이었으나 노무현정부 종반부  국정은 표류했다. 노무현의 대통령직 수행 과정 중 부딪힌 고비들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분풀이식 ‘무조건 때리기’가 주 원인이었다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까지를 감안해야하는 게 대통령이라는 자리 아니겠는가. 이 시장과 노무현은 여러 면에서 닮았다. 그래서 그런 우려가 나오는 것일 게다. 이 시장이 노무현과 김두관에게서 많이 배웠으리라 생각하고 싶다. 

아뭏든 그의 출마뉴스 자체만으로도 ‘메기 효과’는 충분히 거둘 것으로  보인다. 그의 말 마따나 ‘변방의 장수’가 ‘도성 대신(都城 大臣)’을 비롯한 여타 후보들과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반사이익만이 아닌 어떤 자생적 내공을 보여줄지 자못 궁금하다. 누구네 잔칫집이건 잔치는 북적일수록 좋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