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칼럼] 최고인민회의 이후 김정은 체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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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엘리트 변화와 경제, 외교, 대남 전략의 함의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김정은 체제의 권력엘리트는 지속과 변화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북한 특유의 인사원칙인 노장청 조화를 유지하되 김정일 시대의 인물이 퇴장하거나 뒷전으로 밀리고 김정은 시대를 책임질 새로운 인물들이 발탁되고 준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김정일 시대의 원로 엘리트들의 퇴진은 이번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기정사실화되었다. 이미 사망하거나 숙청된 과거 엘리트 외에 이용무,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과 태종수, 강석주 당비서가 퇴진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정치국 상무위원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유지했지만 국무위원회에서 빠지고 국무위원장이 실질적인 국가수반의 역할을 맡게 됨에 따라 대외적 얼굴마담의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기남, 최태복, 양형섭 등 기존 엘리트들이 남아 있지만 이들 역시 노장청 조화를 위한 상징적 인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신진 엘리트의 약진은 무엇보다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구성에서 두드러진다. 이번 당대회에서 54.9%에 해당하는 129명이 신규로 당중앙위에 진입했다. 조직지도부 조용원과 선전선동부 김여정도 당중앙위원에 선출되었다. 중앙위원의 대거 물갈이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가까운 시일에 기존 엘리트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새로운 인재 풀로서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정치국과 정무국 및 국가기관 진입은 당연히 당중앙위 진입을 통해서만 보장되기 때문이다. 경제통인 부총리 출신의 림철웅(55)과 리철만(48)이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부장으로 선출되었다. 당과 국가기관 요직에 5,60대가 주축으로 포진하고 경제분야는 40대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은 김정은 시대 엘리트 교체의 주요 장면으로 해석된다. 유난히 청년사랑을 강조하고 있는 김정은은 이번 당규약에도 청년을 ‘당의 후비대, 척후대, 익측부대로 튼튼히 키울 것’을 명시했다. 경제건설에도 젊은 층의 동원을 강조하는 ‘백두산청년영웅정신’이 매번 강조되고 있다. 젊은 지도자 김정은 시대에 젊은 피가 새로 수혈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엘리트 구성에서 긍정적 시그널로 평가되는 것은 경제 관료가 상대적으로 중용되었다는 점이다. 7.1 경제관리조치의 주역인 박봉주 내각총리가 이번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중앙군사위원을 겸하고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인민경제 발전에 힘을 쏟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당정치국원에 오수용, 곽범기, 로두철이 이름을 올리고 후보위원에 임철웅, 당중앙위 부장에 리철만 등 5명의 내각 부총리 출신이 발탁된 것도 자강력제일주의와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강조한 김정은의 경제살리기의 뜻으로 해석된다. 충성을 다하는 로얄티도 중요하지만 실제적 성과와 업적을 낼 수 있는 퍼포먼스 중시의 김정은식 인사 스타일이 경제발전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엘리트 면면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외교부 인사의 약진과 대남 군부인사의 부각이다. 기존의 대외전략이 당 국제부 중심으로 진행되고 대남전략은 당 통전부가 대남 대화와 협상을 담당했던 것에 비하면 강석주와 김양건 이후 대외정책과 대남정책이 외교부와 군부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치국원에 리수용과 후보위원에 리용호가 진입하고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위원에도 리수용과 리용호가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외교부 위상의 강화이다. 당국가의 정상화에 이어 외교정책도 당이 아닌 국가기구 중심으로 외교부에서 성장한 정통 외교관료 중심으로 펼치겠다는 김정은의 또다른 정상국가화의 의도로 해석된다. 대유엔 외교를 비롯해서 북한의 외교를 국가 대 국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미이다.

      김정은의 대남전략 역시 김양건의 대화파 대신 군출신 김영철이 당비서와 통전부장을 맡고 국무위원에도 포진하면서 화해협력 시대의 대남 협상과 대화보다는 남북대결 시대에 걸맞는 대남 도발과 공작과 군사적 대응이 대남전략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 제기된다. 대남 강경파이자 대남 도발의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영철이 당중앙위 부위원장과 정치국원과 심지어 당중앙군사위원까지 겸직하면서 대남전략을 총괄한다면 분명 화해협력보다는 강경대결이 우세할 것이다. 이번 당대회에서 정치국과 정무국과 중앙군사위원에 동시에 포함된 인물이 김정은 외에 김영철과 리만건 군수공업부장 뿐인 점도 향후 김정은 시대의 대남전략이 군부 입장에서 군사적 차원이 강조되는 강경대응의 우려를 낳게 한다.

      더불어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남 통일전선조직으로서 조평통이 사라지고 국가기관으로 대체된 것 역시 남북대화에서 긍정보다 부정의 분위기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통전부 외곽이지만 조평통은 민족담론을 내세워 우리민족끼리와 민족공조 등 민족차원의 화해협력과 관계개선을 담당해왔다. 통전부 산하 민화협과 민경연과 아태 등을 통해 사회문화교류와 경제협력과 대북투자 등을 담당했던 것을 감안하면 향후 이들의 대남 역할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대남 통일전선조직이 아닌 국가기관으로서 조평통은 국가 대 국가의 대남 실무기구로 역할과 위상이 축소되거나 유지된다 하더라도 민족화해와 교류협력보다는 형식적인 대화협상을 담당하거나 대남 강경 도발을 지속할 우려마저 존재한다.

      7차 당대회와 후속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정치적 레짐을 완성한 김정은 체제는 이제 안정감과 자신감을 갖고 보다 정상적인 경제발전전략과 대외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핵강국 조선과 두 개의 조선(Two Korea) 전략을 내세워 남북이 분리공존하는 국가 대 국가의 대남전략으로 기울 거라는 일말의 우려도 떨칠 수 없다. 기회와 위기는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필요로 한다. 이제 대북정책을 근본부터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김근식 기자 kimo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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