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강 건너에 있는 궁전의 식탁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는 송로버섯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에코에 따르면 송로버섯은 베네딕트 수도회의 고위 수도자들이 특히 즐기는 고급 식품이었는데, 여느 버섯과는 달리 땅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찾아내기가 몹시 어렵다. 송로버섯의 냄새를 맡아 흙을 파고 버섯을 캐낼 수 있는 동물은 돼지 뿐이었다. 그래서 많은 귀족들이 족보 있는 사냥개 대신 돼지를 앞세운 채 괭이를 든 하인을 거느리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어떤 문헌에 의하면 루이 14세가 송로버섯을 즐겼다고도 한다. 송로버섯은 푸아그라(거위 간), 캐비아(철갑상어 알)와 함께 유럽의 3대 진미로 일컬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했지만, 그만큼 귀한 고급 음식이다.

가격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설(說)이 분분하다. 몇 해 전에 900g 크기의 커다란 송로버섯이 이탈리아에서 1억6천만원 가량에 낙찰되어 팔렸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일반적인 것은 kg에 6백만원 정도 한다는 등, 상품마다 가격은 차이가 큰 듯 하다. 근래 들어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축축한 땅이 줄어들어서 송로버섯 채취량이 줄어들고 가격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div>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이정현 대표 등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 식탁에 등장했다는 송로버섯이 어느 수준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설마하니 턱없이 비싼 송로버섯을 사용했으리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대다수 국민들의 눈에 청와대의 송로버섯이 그리 친숙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을 법 하다. 언론에 따르면 그날 식탁에는 송로버섯 이외에도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아 샐러드, 샥스핀 찜, 한우 갈비, 냉면 등 최고의 메뉴로 코스 요리가 나왔다고 한다. 굳이 언론이 주목하는 사실상 공개된 자리에서 이렇게 화려한 음식을 즐기는 여권 지도자들의 모습이 국민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질까.

대한민국이 적어도 가진 사람들한테는 못 먹고 사는 나라도 아닌데, 고작 먹는 것 갖고 트집 잡으려는 치사한 심보 때문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청와대 메뉴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정현 지도부 식탁에 오른 화려한 메뉴와는 달리, 2014년 김무성 대표가 갔을 때는 일반적인 수준의 중식이 나왔다고 한다. 지난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초청되었을 때도 간단한 전채 요리와 볶음밥, 계란탕이 나왔으며, 지난 7월 새누리당 의원들이 갔을 때도 일반적인 중식이 차려졌다고 한다.

똑같은 집권여당의 정치인들이지만 그가 누구냐에 따라 나오는 음식이 달라지는, 차별의 메시지를 거기서 읽을 수가 있다. 반가운 사람에게 떡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인지상정이기도 하겠지만, 송로버섯까지 준비할 정도로 여당의 친박 지도부를 반기는 그 모습이 무서운 것이다. 대체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송로버섯 식탁에서 읽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메시지는 국민의 눈에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신들끼리 반기고 즐거우면 그만이고, 그 광경이 지난 총선에서 친박을 심판했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지는 안중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송로버섯과 캐비어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의 송로버섯은 단지 ‘먹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강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그래서 송로버섯이 어떤 음식인가를 검색해 보게 되는 우리의 마음이 불편하고 거북한 것이다. 우리가 본 것은, 민심의 강 건너에 있는 궁전의 식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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