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효길 기자] 마른장마, 열흘이 넘어가는 열대야지만 ‘누진세 폭탄’이 무서워 에어컨 한번 맘껏 틀지 못한다. 주택용 전기요금 합리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정부는 서민부담을 이유로 현행대로 놔둔다는 방침이다.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6단계의 누진요금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최저구간과 최고구간의 누진율은 11.7배다. 이로 인해 월평균 전력소비가 100kWh 이하면 원가의 절반도 안 되는 요금을 내지만, 구간이 높아질수록 가격 또한 몇 배씩 뛴다.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주택용·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의 목소리는 매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도 그냥 넘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누진제) 단계를 줄이면 문제가 더 악화된다”며 “누군가 전기요금을 더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 차관은 또 “전기가 남아돈다고 하지만 전력예비율이 지난달 9.3%까지 갔다”며 “지금 누진제를 흔들면 사용량이 늘어 수요관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현재 누진제로 발생하는 재원을 에너지 신산업 육성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전기요금을 낮출 시 이를 대체할 방안 또한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면 산업용 전기에 누진제를 적용하든지, 세율을 조정하면 될 일이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는 세계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오죽하면 외국 기업까지 값싼 전기를 이용하려고 국내에 공장을 짓겠는가.

이제 서민의 피땀으로 기업의 이익을 보전해주는 개발독재 패러다임은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은 기업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게 아니라 그동안 특혜를 준 것을 돌려놓는 것, 바로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비정상의 정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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