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으로 결정됐다.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이라면 일 5만1760원을 받게 된다. 이렇게 한 달(30일)을 일하면 155만2800원을 벌 수 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이 돈은 결코 큰돈이 아니다. 1인 최저생계비가 60만 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95만여 원을 가지고 학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최악에 상황에 놓인 학생 또는 아르바이트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학생을 모델로 놓고 남은 돈으로 한 달을 살 수 있느냐 없느냐를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문제는 올해 최저임금이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놓고 실상은 ‘빚 좋은 개살구’가 됐다는 데 있다.

올해 4월 치러진 총선 전 선거에 나선 여야의 많은 후보들은 최저임금 1만 원을 추진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동안 최저임금이 최저임금 노릇을 하지 못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마치 대본을 읽는 듯 한결같았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국회의원이 된 후에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최저임금에 대해 ‘현실적으로 1만 원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뺐다. 어차피 대다수 저임금 노동자들도 1만 원은 ‘희망사항’으로 얘기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얘기를 해놓은 게 있으니 최소 7000~800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학수고대했다. 이제 그들의 희망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또 한 번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일방통행만 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신과 반감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사치다. 그들은 하루하루를 벌어먹고 살기 힘든 대한민국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시급 1만 원을 외치던 이들은 이미 결정돼버린 시급 6470원으로 절망에 빠진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임금을 깎으려고만 하는 현실에서 ‘실업률이 올랐네’, ‘출산율이 떨어져서 큰일이네’, ‘사드 배치가 문제네’라는 걱정은 누구에게도 공감을 받지 못할 것이다. 법을 만들고 행정을 책임지는 이들이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말은 한 번 내뱉으면 도로 주워 담을 수 없다. 결국에는 자신의 한 말에 사과하는 것으로 끝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삶과 관련된 말은 사과만으로 끝날 수 없다. 생존과 달렸기 때문이다. 혹자는 국민을 ‘개·돼지’로 불렀지만 그들은 우리나라를 구성하는 국민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돼 있다. 이렇게 중요한 국민에게 시급 1만 원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던 이들 중 지금 국회에 있는 이가 있다면 어떻게 해서 시급 6470원으로 무려 3530원, 35.3%나 줄어들게 됐는지 속 시원히 해명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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