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2일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에서 복귀해 주재한 첫 국무회의 석상에서 사드배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괴담유언비어에 놀아나는 것이라 규정하고 사드배치가 지역주민의 삶에 조금도 위험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84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TK 초선의원 10명과 성주 지역구 출신 재선의 이완영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성주군민의 우려를 고려해 군에서 추천하는 지역이 있다면 성주군 내에 새로운 지역을 면밀하고 정밀하게 검토 조사하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성주군민의 저항이 수그러들 줄 모르는 상태에서 절충점을 찾기 위한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과연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정부는 그동안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3NO (사드배치에 대한 제안도 없었고, 미국측과의 협의도 없었으며, 어떠한 것도 결정된 바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고 전격적인 발표를 며칠 앞둔 시점까지 국회에 출석한 국방부 장관도 이 같은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구로부터 어떤 압력이 있었는지 아무 설명도 없이 경북 성주군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결정을 발표하면서 주민들이 극심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성주군 내의 새로운 지역을 면밀하고 정밀하게 검토 조사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애당초 거론된 성산포대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선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성산포대냐 아니면 인근의 다른 지역이냐가 아니라 사드 배치 자체가 과연 북한 핵이나 미사일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냐는 문제일 것이며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안보와 외교 등에 미칠 파장이 매우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그 결정과정이 지나치게 졸속이고(이 문제를 다루는 회의가 소집된 시간에 외교부장관은 백화점에 바지를 고치러 갔다는 등) 마치 누군가의 외압에 떠밀려 서두르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수차에 걸쳐 결정을 했으니 따르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불순한 외부세력의 괴담이나 유언비어 등으로 치부를 해 왔다. 그렇지만 더 이상 이런 일방통행식 리더십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며 성주군민이 요구하는 것은 우리 동네만 아니면 그만이라는 지역이기주의 차원의 주장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 사안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는 국민적 요구를 앞장서서 대변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사드배치 문제 다시 공론에 붙이고, 우 수석 경질해서 국정 추동력을 되살리길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사드배치 문제를 다시 재검토하겠다고 한다면 당장은 체면에 손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태를 수습하는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 것일 수 있다. 국회에서 여야가 사드배치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대상지를 선정하여 주민들의 의견도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등의 요구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안보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는 찬반이 나뉘더라도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책임 있게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이 같은 절차를 다시 밟아가면서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면 불통식 리더십으로 인해 추락한 국정지지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TK지역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안보와 경제의 최후의 보루인 대구 경북이라고 한 것은 사드배치 문제의 절박성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라 할지라도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지금은 대통령이 지역을 나눌 것이 아니라 심각한 경제문제 등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확고한 구심점으로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임기 말로 가면서 레임덕 현상에 시달리지 않고 국정 동력을 추스를 수 있어야 더 큰 위기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한번 결정했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막무가내식 리더십이 아니라 사드배치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아울러 대통령이 국정을 다잡고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으면서 국민적 의혹과 지탄을 받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경질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야당과 비판적인 시민사회 등이 공격하는 상태에서 밀려서 물러나게 하지는 않겠다는 오기를 계속 부린다면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도 문제지만 이를 감싸는 대통령이 더 문제라는 인식이 국민들 속에 널리 퍼질 것이 우려된다. 지금도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우 수석을 경질해야 그나마 국정 동력을 추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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