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얻어터져 이미 만신창이가 된 공적에게 돌팔매질 한 번 더 하자는 거 아니다. “몇몇 미꾸라지 때문에 나머지 구성원들이 도맷금으로 욕먹고 있으니 빨리 도려내고 심기일전하라”는, 귀에 못이 박히게 해온, 그러나 결국 하나마나한 마이동풍 한 번 더 보태고자함도 아니다.

검찰 얘기다. 전관예우, 전화변론, 그랜저-벤츠-제네시스 검사(창피하고 우세스러워서 입에 올리는 게 그렇다만 이러다 차종별로 검사가 다 나오는 거 아닐까 싶다), 법조브로커와 수익 나누기…멀리 거슬러올라가지 말자.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그리고 부하 검사의 자살까지 부른 선배 부장검사. 건국 이래 처음으로 검사의 꽃봉우리라는 현직 검사장 구속에 까지 이르렀다. 더 갈래야 갈 데가 없는 지경이다.

이런 일련의 ‘범죄’는 무엇을 웅변하는가. 검찰개혁은, 말 그대로 ‘혁명적 조치’ 말고는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반증이다. 국정원 댓글 대선농단사건 이후 국정원은 자체 개혁하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셀프개혁 못믿겠다”며 일언지하에 노(No)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기서 그쳤을 뿐, 무슨 개혁을 어떻게 했고, 그래서 어떻게 나아지고 있는지 확인인할 길도, 나아지고 있는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검찰개혁 역시 똑같다. 품성에 문제있는 몇몇 사람들의 개인적 횡포나 범죄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번에 한꺼번에 터져나온 검찰비리는 ‘재수없어서 공교롭게 연쇄폭발’한 게 아니다. 이미 구조화되어 있고, 그 뿌리가 깊다는 명백한 증거다. 구조화된 원인은 뭘까. 선민의식이다. “우리는 너희 아랫것들과는 달라”라는 선민의식!

엉덩이에 진물이 나도록 몇 년을 틀어박혀 앉아서 공부해야 패쓰한다는 사법고시 시절, 1년에 수 십명 밖에 뽑지 않았었으니 그 정도 선민의식은 가져도 되었다는 말인가. 개천에서 용 되고 나면, 그간의 고생에 대해 그 정도 보상이야 당연하다는 집단적 의식이나 문화가 법조계 전반에 박혀있는 건 아닌가. 고시합격증이 국민을 아랫것들로 내려다보며 “우리는 너희들과 달라”라며 권세부려도 좋다는 국가공인 면허증인가.

검찰은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는 검찰청 소속 공무원이다, 아니 공무원일 뿐이어야 한다. 공무원에게 적용되어야 할 모든 의무와 준칙으로부터 한 치도 자유로워서는 안된다. 처음에는 정의감에 똘똘 뭉쳐 거악척결의 사명감으로 사기충천했었다고 치자. 2년에 한 번씩 인사발령 나서 경향 각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임지 어디서건 “영감님 영감님” 하며 굽신거리는 사람들 만났을 것이다. 잘 보여두려는 사람, 또는 뭔가 켕기는 사람들이 찾아와 조아리며 올리는 밥상 술상 받다보면 초심이 흐릿해지기도 할 것이다. 권세 중 으뜸은 사람 부리는 맛이고, 제 발로 찾아와 조아리는데 그 맛에 중독되지 아니할 사람, 드물 것이다. 그러니 검사 이전에 한 인간의 선량한 양식이나 양심에 맡겨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얘기다. 영화표에 웃돈 얹어 4천원 이득 본 사람을 구속시키면서 청년 검사 진경준은 이렇게 말했다. “부당이득 뿌리뽑는 것이 사회정의 실천”이라고. 그랬던 그가 20년 뒤 뇌물 10억원과 불로소득으로 올린 130억원 동결당하면서 철창에 갇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검사가 된 지 얼마 후부터 ‘검사 갑질’과 스폰서문화에 젖어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집에 돈을 바리바리 싸두고 있으면서도 한 번에 몇 백만원 짜리 가족 해외여행을, 그것도 먼저 요구해서 모두 11차례나 다녀왔다. 그에게 돈 몇 백만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왜 내 돈으로 가족여행을 가야하지?”라는 인식이 깊히 박혀버려서였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도, 홍만표 변호사도 비슷하다.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가서 독방 차지하고 앉아 술 한잔 해야겠는데 방 구해오지 못했다고 후배 검사에게 모욕주며 닦달한 김 부장 검사도 생각의 바탕은 매 한가지다. “우리는 너희들과 달라. 이건 특별대우가 아니라 그 정도는 우리가 언제라도 받아야 하는 거야” 라는 생각 말이다.

이 선민의식은 진경준 등 몇몇이 아니라 법조계 전반에 당연한 것으로 배어있는 게 아닐까. 이른바 집단의식으로. 어느 정도의 선을 넘지 않으려는 사람과, 탐욕이 커져 자기제어기능을 상실한 자 라는 정도의 차이만 있는 게 아닐까.(진실로 양심을 지키며 국가공무원의 품위와 직분을 지키는 분들께는 송구하다. 그러나 이런 지적을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음은 그분들도 잘 아실 것으로 믿고, 혜량을 부탁한다).

대한민국 통틀어 검사는 2,000명 쯤이고, 기소독점권과 수사지휘권이 그들 권력의 원천이다. 그들은 어디로부터도 통제받지 않는다. 유일하게 통제받는 곳이 있다. 인사권을 쥔 청와대다. 그들에게 “국민이 국가권력의 원천이며, 인권수호의 최일선 조직이 검찰이어야 한다”는 말은 고시 패쓰와 함께 망각해버리는 구두선은 아닐까. 인사권 쥔 청와대에 잘 보여 조직 내에서 살아남고, 꽃보직 놓치지 않기 위해 오로지 위만 쳐다보며 상명하복하면 되는 문화가 팽배해있다는 우울한 확신을, 이번 검란에서 재확인한다. 그런 검찰에게,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회는 자성과 개혁을 요구했다. 추문이 터지고 나면 검찰총장은 대검 청사 강당에 간부들 도열시켜놓고 “자정 실천대회” 플랭카드 아래서 애국조회 한 번 하고 나면 끝이었다.

제안한다.
첫째, 검사를 지금의 두 배로 늘리고, 직급과 보수체계는 이른바 ‘행정고시’(구 명칭)와 동일하게 5급으로 내리자. 직급 인플레를 해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둘째, 청와대는 물론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독립적 감찰기구를 만들어 검-경 등 수사기관 종사자 감찰업무를 전담시키자. 이 기구의 장은 청와대나 검찰총장에게가 아니라 국회의장에게만 업무보고를 하게 하자. 물론 국회의장에게 업무지시를 받는 것은 아니고, 업무결과만 국회에 보고토록 하자는 것이다.
셋째, 비리 독직 등 비위가 확인된 수사기관 종사자들은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고, 비위 사실로 옷 벗은 검사는 아예 변호사개업을 금지시키자.

이 기구는 지금 야당들 사이에 논의되고 있는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까지도 감찰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니 공수처와 별도 기구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논의에 검찰이 참여해서는 안된다. 검찰개혁은 검찰 조직의 승인이나 협조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여러 번의 기회를 놓쳤다. 개과천선의 여지가 없으면 타율적 강제가 불가피하다.

이 폭염 땡볕에 논에서 허리 구부려 피 뽑는 할머니들 말씀 들어 보라. “염치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지…” 국민들은 염치를 아는 공직자를 부릴 자격이 있다. 왜? 세금을 내니까“ 국가권력의 원천이니까! (이강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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