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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이슈

[이승환의 통일로 가는길]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드 논란’의 이해


사드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사드와 관련된 논란은 아마도 상당 기간 이 나라를 혼란과 분열로 빠트릴 것이다. 물론 그것이 사드 배치 결정 자체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사드(THAAD)는 군사적으로 최대속도 마하 8, 최대고도 150km, 사거리 200km의 제원을 가지며, 최소 약 1800km의 탐지거리를 갖는 X밴드레이더와 쌍을 이루어 사거리 1000~2000km 수준의 중거리미사일을 종말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미국 록히드사의 무기시스템이다. 사드는 패트리어트(PAC-3)와 달리 본격적인 MD 무기체제로 간주된다. 

사드 배치를 강행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논리는(물론 정부·여당 전부가 동의한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① 사드는 PAC-3와 함께 북핵과 미사일 요격을 위한 다층방어시스템을 구성하기 때문에 북핵 방어를 위해 꼭 필요하다, ② 사드 배치문제는 안보와 관련된 우리의 주권이므로 중국 등이 여기에 문제제기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다, ③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외교적으로 설득하면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물론 정부의 그간의 태도로 볼 때 국내에서의 군사작전식 정보통제에 대한 반발이나 안전과 관련한 논란 따위는 ‘공권력’의 힘으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드 배치가 우리의 주권문제인가?

북핵 방어를 위해 사드와 같은 다층방어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사실 사드의 실전적 효용성이 먼저 확인되어야 성립하는 논리이다. 많은 군사전문가들조차 사드가 배치되면 북핵 방어에 도움은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만능의 보검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설사 100% 요격능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고작 48발의 사드 미사일로 1000여 개의 북한 미사일 공격을 막아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사드의 성주 배치는 한반도 주민의 방어라는 의미보다 북한 장사정포의 사정거리 후방에 배치된 수도권 이남의 주한미군 전략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또 한 전임 외교부 관리는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의 배경이 “미국 정부가 백두산 뒤쪽에 배치된 중국의 ‘둥펑(東風)-21D’라는 항공모함 킬러 미사일을 들여다보고 싶은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북핵 방어를 위해 반드시 사드가 필요하다는 것은 사드를 만능보검으로 선전하는 미국 록히드사의 영업용 수사이고, 설사 그 효용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드 배치는 한반도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 전략자산의 보호와 미국의 중국 킬러미사일 탐지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사드는 MD시스템의 일환이기 때문에 결국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은 미국 MD시스템의 한반도 전진배치, 즉 한반도에서 역내 군비경쟁 본격화의 신호탄을 의미한다. 국방부가 미국의 본격 MD 무기체제인 사드를 도입하면서 ‘미국 MD에 편입하는 것은 아니고 한국형 MD 구축’이라고 말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교언(巧言)이다. 사드는 어느 나라에 배치되든 전세계적으로 통합된 미국 MD 자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필요를 위해 효용성도 증명되지 않은 사드를 일방적으로 배치하는데 따른 모든 불이익은 한국이 고스란히 지게 되었다. 성주가 북한과 중국 미사일의 일차 공세 목표가 되고, 역내 군비경쟁은 무한으로 치닫게 되었다. 한반도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국제적 협력 시스템은 사실상 무너지게 되었으며,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상징되는 한국경제의 침체는 중국 등의 경제보복에 의해 더욱 가속화될 것이 명약관화해졌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사드 배치를 ‘주권문제’라고 강변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사드 배치는 한국의 주권이 아니라 미국의 필요에 의해 한국의 군사·외교·경제 주권 전반이 침해당하는 문제이다. 

미국이 답해야 하는 사드 배치 논란

일부 정치인이나 전문가를 자처하는 자들은 사드 배치가 북핵 때문이니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를 철수하면 된다던가, 혹은 중국만이 북핵을 막을 수 있는데 그걸 막지 않고 키웠으니 우리가 사드 배치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더할 나위 없이 순진하거나 아니면 지극히 간교한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북핵문제가 동아시아 질서의 근본문제로 발전하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 원인의 대부분은 미국과 연결되어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북한이 핵무장을 하게 된 것은 노태우정부 시기 한반도 데탕트에서 중국과 소련은 한국과 수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세계체제 운영전략 차원에서 북한과의 소(小)냉전을 유지하기 위해 북미수교를 거부한 것에서 시작된다. 그에 따라 한반도는 세계적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지체된 냉전의 섬’이 되었다. 

가장 가깝게 원인을 찾으면 핵 확장억지 제공을 명분으로 한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 전진배치와 선제공격의 위협이 북한의 ‘자위적 조치’를 내세운 핵 능력 강화의 명분이 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한국전쟁의 종전 대신 불안정한 군사정전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대한 한국민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해왔고, 북핵문제에 대한 협상이 혹시나 한반도평화체제 수립과 주한미군 주둔의 불안정으로 이어질까 하는 우려 때문에 협상을 통한 적극적 문제해결 대신 ‘전략적 인내’라는 핑계 뒤에 숨어 북핵문제를 오늘날까지 방치해왔다.  

북핵문제는 중국에 책임을 떠넘길 문제도 아니고, 또 중국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미국은 북핵문제를 키워온 자신들의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면서 문제의 당사자도 아닌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북핵을 핑계로 중국에 대한 MD와 대중봉쇄망의 구축을 추진하면서, 책임 당사자도 아닌 중국에게 북핵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외교적으로도 억지에 가까운 넌센스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는 우리의 자주권 문제이니 중국과 러시아에 당당해야 한다거나, 설사 중국이 경제 보복을 하더라도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고 떠드는 것은 낯부끄러운 일이다. 정확한 진실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미국은 자신들의 책임인 북핵문제를 핑계로 한국민들에게 사드를 강요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정확하다. 그리고 미국은 사드 이전에 한국민의 오랜 숙원인 한국전쟁의 진정한 종식과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적극적 협상에 나서야 하며, 지금이라도 한반도와 동북아에 대한 신냉전지대화 전략을 포기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이것이 한반도 현실에 대한 보편 상식이다. 북한에 대해 핵 포기를 강력히 주장하면 할수록, 미국에 대해 이러한 요구를 분명히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핵 해결은 뒷전에 두고 한미동맹을 내세워 한반도가 동아시아 화약고로 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드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무책임과 비열함의 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탈냉전 이후 미국의 새로운 세계 운영전략

미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트럼프의 등장과 미국 내부의 확대되는 고립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고 11월의 미국 대선 때문에 오바마행정부는 노골적 대중 압박에 나서고 있고 사드 한반도 배치는 그 정점에 있다. 북핵문제와 관련된 중국의 역할 확대 압박,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 간섭, 미일 군사동맹 확대와 일본의 전쟁국가화 촉진에 이은 한반도 사드배치 등은 동아시아에서의 ‘세력전이’ 우려에 대한 미국의 분명한 대답이라 할 수 있다. 아직 ‘팍스아메리카나’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는 힘의 시위인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폭주는 한국전쟁 직후 미국의 전략가들이 소련의 도전이 미치는 범위와 정도, 그리고 목표의 성격을 확대해석하는 리가공리(Riga axioms)를 내세워, 미국의 안보적 필요에 대한 해석을 과장하고 외교와 조정의 가능성을 무시하는 ‘냉전’이라는 세계체제 운영전략을 추구하던 당시와 매우 닮아 있다. 오늘의 미국은 외교와 조정을 통해 무력충돌과 공멸을 막으려는 얄타공리(Yalta axioms) 대신, 북핵 위협과 중국의 성장에 따른 미국의 안보 필요를 과장하는 것에서 새로운 세계체제 운영전략을 찾으려 하고 있다. 

냉전이 동서대립에 의한 ‘현상’이 아니라,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소련을 활용한 미국의 세계체제 운영 ‘전략’이었던 것처럼, 미국은 탈냉전에 의해 기존의 냉전적 세계체제 운영전략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그 새로운 돌파구를 지역전략 – 동아시아에서는 북핵과 중국의 위협을 내세운 롤백(roll-back)전략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드에 대한 한국민의 반대와 중국의 반발에 대해 직접 답해야 하는 것은 결국 ‘미국’이다. (*)

* 이 글은 <통일뉴스>에 발표된 “사드 논란의 ‘정치적 귀결’에 대해”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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