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바람의 나라 20주년 기념 홍보물. <자료=넥슨 홈페이지 캡처></div>
▲ 넥슨의 바람의 나라 20주년 기념 홍보물. <자료=넥슨 홈페이지 캡처>
[폴리뉴스 강준완 기자] 1995년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은 자신이 만들고 있었던 머그게임 ‘바람의 나라’에 대한 성공 확신은 있었다. 그러나 당시 머드게임이 PC통신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던 시절이라 타이밍 문제가 늘 고민이었다.

머그게임은 머드게임과 달리 텍스트가 아닌 그래픽이 구현되는 게임방식이었기 때문에 당시 PC통신시절에서는 한 발 앞선 게임이었다.

인기 만화 캐릭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바람의 나라는 그렇게 주변에서 성공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함께 받으며 1996년 태어났다.

출시 초기에는 우려했던대로 예상만큼 인기를 모으지 못했다. 온라인게임 매출이 시원찮아 시작한 홈페이지 디자인 구축 사업에서 오히려 돈을 더 벌던 시기였다.

그러나 바람의 나라는 곧 전국을 강타한 인터넷 열풍과 PC방 시대가 찾아오면서 온라인게임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주인공이 됐다. 

넥슨은 이후 메이플스토리·카트라이더·서든어택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초절정 인기 회사로 성장한다.

지금은 한일 양국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거대기업이다. 그래서 김정주 회장은 ‘게임같은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불린다.

김정주 회장의 성공은 초등학생들에게 우상으로 떠올랐으며, 넥슨의 성공은 청소년들에게 어른이 되면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로 변신시켰다. 

90년대 후반 코흘리개였던 초등학생들이 지금은 20~30대로 성장해 제2의 김정주를 꿈꾸며 지금 어디선가 밤을 낮 삼아 게임개발에 열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13일 김정주 회장은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취재진 앞에 섰다. 주식매입대금 4억여 원(일명 주식대박 특혜)과 고급승용차를 진경준 검사에게 무상제공한 혐의를 조사받기 위해서다. 뇌물공여죄에 해당될 수 있는 피의자 신분이었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모든 것을 소상하게 검찰에 밝히겠다.”

비리 혐의가 있는 정치·경제계의 거물들이 검찰조사를 받기 전에 카메라 후래쉬를 받으며 한마디 하는 교과서같은 발언이 똑같이 이어졌다.

그 순간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 제2의 넥슨·김정주 회장을 꿈꿔왔던 수많은 청소년들과 게임프로그래머들은 “설마”하면서 상심을 느꼈을 것이다.

김정주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일반 서민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의 주식거래 문제, 부동산 매입 문제 등 모든 의혹에 대해 솔직히 밝혀야 한다.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풀려고 하면 더 복잡해진다.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면서 진실을 무기로 삼아 대응해야 한다.

진실 앞에서는 많은 친구들이 응원해 주기 때문이다. 은둔의 경영자에서 투명한 경영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다. 

또 본인과 넥슨을 비판하거나 지지해 왔던 게임업계와 게임매니아들에게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을 더 소상히, 자주 밝혀야 한다.

사회경제적 범죄는 죗값을 받고 자연인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한번 고개를 돌린 동종업계와 게임인들의 신뢰는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제2의 김정주를 꿈꿔왔던 젊은 프로그래머들의 실망은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위기마저 불러올 수 있다.

이들의 상처를 치료하는게 무엇보다 더 무거워 보인다.

김정주 회장의 게임인생 1막이 자신이 선택한 목표에 대한 '성공도전'이었다면, 인생 2막은 그동안 자신이 심어놓은 많은 청소년들의 희망을 살리는 '공익도전'이어야 한다. 김정주 회장의 게임인생이 아직 진행형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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