友軍인 보수언론이 박대통령에 사실상 반기, 여권 새판짜기 신호?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왼쪽 끝편에 우병우 민정수석이 자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왼쪽 끝편에 우병우 민정수석이 자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폴리뉴스 정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 통치권력의 양 날개인 최경환 중심의 새누리당 친박근혜계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핵으로 한 검찰 사정라인이 꺾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 버팀목이 돼야 할 집권여당 내 친박계는 최경환, 윤상현 의원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에 휩싸이면서 8월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친박계는 구심을 잃고 당권을 내줄 위기에 몰렸다. 그 여파로 친박계가 당대표 후보로 옹립하려 한 서청원 의원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 자칫하면 이번 전대를 계기로 박 대통령을 구심으로 한 정치세력으로서 친박계가 소멸될 상황이다.

친박계를 암중으로 관리하며 박 대통령의 뜻을 당에 관철해온 최경환 의원은 4.13 총선 패배의 책임자로 지목돼 전대 출마의 뜻을 접어야 했고 이번 녹취록 파문에 앞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쪽으로부터 50억 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까지 휩싸여 있다. 이는 최 의원이 당내 정치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최경환-윤상현 녹취록 파문이 여차하면 박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으로 번질 수도 있기에 청와대가 나서 이를 진화할 수도 없다. 최 의원이 박 대통령의 ‘뜻’을 팔아 ‘호가호위(狐假虎威)’를 했는지 아니면 진실로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진박 감별사’ 역할을 했는지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쪽으로 사태가 전개되면 걷잡을 수 없다.

이에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박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며 지난 총선 공천이 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가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호가호위한 것인지를 가리라고 요구했다. 이를 달리 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정치기반인 친박계를 버리라는 요구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당까지 가세했다. 여권 내부의 심상치 않은 기류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녹취록 파문을 “대통령이 공천개입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미리 명토 박고 나섰다.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기댈 언덕이 돼야 할 친박계가 당 내외에서 고립무원에 빠져든 데다 청와대 또한 이러한 상황에 손을 쓸 수도 없는 지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통치의 핵심수단인 사정라인도 흔들렸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퇴임 후 검찰 사정라인을 책임지며 청와대의 권력기반을 받혀왔던 우병우 민정수석이 비리의혹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정부 권력의 축인 우 수석을 중심으로 한 TK(대구경북) 사정라인이 통째로 흔들리는 사안이다.

이번 사단은 지난 2011년 우병우 수석의 처가 땅을 1300억 원대에 넥슨코리아가 매입한 것이 통상적인 부동산 매매냐 아니면 넥슨 김정주 회장이 대가를 바라고 ‘사 준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다. <조선일보>는 우 수석과 진경준 검사장, 그리고 김정주 회장 간의 삼각 커넥션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우 수석은 김정주 회장을 모른다면서 즉각 법적조치를 취했지만 당장 진위여부를 가릴 순 없는 상황이다. 넥슨코리아가 이 땅을 매입했지만 1년여 후에 되팔면서 수십억원 대의 손실을 봤다는 점과 이 매매가 당사자 거래로 신고된 점에서 의혹은 싶게 가려지기 어려운 여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 수석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게이트 사건으로 구속된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정 전 대표를 ‘몰래 변론’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우 수석은 “찌라시 수준의 소설 같은 얘기”라며 법적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우 수석의 사정업무 리더십 훼손은 불가피한 형편이다.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온 최경환-우병우 두 사건은 박 대통령 국정운영에 심대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전대를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구심력이 작동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고 권력에 위협이 될 사안들을 선제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정권력의 칼날은 무뎌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두 개의 사건 모두가 <조선일보>의 보도에서 비롯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지난 3년 6개월 동안 우군(友軍)처럼 지낸 보수언론들이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들 보수언론이 나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 권력약화를 도모하는 데는 여권 내부의 새판 짜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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