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의 결정으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해 말에 CJ헬로비전 인수 계획을 밝힌 것만으로 계산해도 6개월이 넘는 기간이고 다양한 검토작업까지 했을 것을 감안하면 1년여를 준비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SK텔레콤으로서는 암담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이번 CJ헬로비전 인수 무산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엇갈리지만 많은 이들은 욕심이 너무 지나쳤다고 얘기한다. SK텔레콤이 조금만 눈을 낮췄다면 방송·통신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이들은 SK텔레콤이 케이블TV업계의 1위인 CJ헬로비전이 아닌 2위 또는 3위 업체를 인수 대상으로 작업을 했다면 KT와 LG유플러스도 반대할 명분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권역별 점유율로 계산을 해도 공정위가 경제제한을 이유로 인수를 불허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이 내세운 방송·통신의 융합이 더욱 빛을 발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가 경쟁제한을 지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크게 주목하지 않고 이에 대해 공정위와 여론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경쟁제한성보다는 합병을 통한 시장 발전이 더욱 크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과연 왜 그랬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SK그룹이 추진했던 대부분의 인수·합병(M&A)은 반대 여론이 일부 있었음에도 모두 성공했다. 제시했던 사업계획이 시장과 정부에도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인수도 반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별문제 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낙관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래 발전 계획을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못했다. 또한 CJ헬로비전을 인수해서 새롭게 내놓을 플랫폼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해외 사례를 계속해서 제시했지만 내놓은 사례도 방송과 통신이 합쳐진 1+1의 상황이었지 1+2가 되거나 1+3이 되는 시너지 효과가 높지 않았다는 평가다.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콘텐츠 경쟁력을 통해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다며 넷플릭스를 예로 들었다. 콘텐츠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SK브로드밴드는 국내에서만 사업을 하고 있어 콘텐츠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 오히려 양질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SK브로드밴드와의 계약보다는 넷플리스와 계약을 해서 한류를 해외에 곧바로 서비스할 수 있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다.

결국 SK텔레콤은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비판이 더 많을지도 모르는 사례를 제시하면서 스스로를 압박하는 꼴이 됐다.

SK텔레콤이 말하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세계적인 흐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무조건 대세를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 시장을 좀 더 면밀히 살피고 인수·합병을 했을 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멀지 않은 미래에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미리 닦아 놓은 후에 인수·합병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싶다.

SK텔레콤은 이번 CJ헬로비전 인수 실패를 거울삼아 좀 더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한 걸음 더 큰 행보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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