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적극 나서서 무모한 사드 배치 막아야

1965년 8월 13일, 베트남 파병 동의안이 민주공화당 단독으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한일협정 비준안에 대한 반대 표시로 의원직을 총사퇴한 상태라 파병반대 운동은 큰 힘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야당인 민중당은 파병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파병을 막아내지 못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베트남 파병 문제는 한일문제에 가려서 아무도 이것을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쓰고 있다. 그 결과  1973년 3월 완전 철군 때까지 파병 연인원 32만명, 사망 5천여명, 부상 1만5천여명, 고엽제피해 7만여명이라는 기록을 역사 속에 남기게 된다.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명분없는 전쟁에 뛰어들어 비극의 역사를 자초한 재앙의 출발이었다. 그때 막았어야 했는데 막지 못했고, 시간이 지난 뒤에야 베트남 파병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그 때가 박정희 대통령,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시절이었다.

이제 그의 딸이 대통령으로 있는 2016년,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를 결정해 버렸다. 지금 쟁점으로 부상한 사드 한국 배치는, 그것이 초래할 재앙에 대한 우려 면에서 베트남 파병에 비할 바가 아니다. 파병은 베트남에서의 비극에 그치는 성격이었지만, 사드 배치는 우리가 사는 이 땅을 언제든 폐허로 만들어버릴 가공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경제보복은 먹고 사는 문제라 치자.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이 한국의 사드 기지를 겨냥하고, 우리와 상관없는 강대국들 간의 분쟁이 발생할 때 그 미사일이 우리를 향해 날아올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사드 배치의 치명적 위험성이다. 미국와 일본을 지키기 위한 사드로 인해 남한 지역이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치하는 현장이 되어버린다. 마치 1950년에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의 한반도 상황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사드 배치가 끝내 이루어진다면 이제 우리의 생존 문제는 우리 손을 떠나게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다.

나라의 명운이 달린 일이다. 어떻게든 막아야 할 일이다. 누가 막아야 하는가. 국민이 원내 다수 세력으로 만들어준 야당들에게 그 일차적 책임이 있다. 일단 정의당은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 동의도 거쳐야 하는 사안임을 밝혔다. 국민의당 또한 반대 당론을 정했고, 거기에다가 안철수 의원은 국회 동의를 요구하면서 필요하면 국민투표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런데 정작 제1야당인 더민주는 아직까지 당론조차 없다. 절차에는 문제가 있지만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분위기이다.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김종인 대표의 말 한마디에, 이번에 국회에 들어간 그 많은 의원들이 입을 닫고 있다. 나라의 운명이 기로에 서는 상황 앞에서, 최소한의 역사적 책임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 개탄하며, 맹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더민주는 분명한 반대 당론을 결정하고 야권공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야권공조를 통해 사드 배치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며 여론을 환기시킴으로써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

현재까지 야권에서 몇가지 대안이 나왔다. 우선 국회 동의 요구이다. 헌법 60조 1항에 규정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이기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야당의 해석이다. 실제로 사드 배치가 안겨줄 재정적 부담, 우리 영토의 제공이라는 점에서 취지가 이해되지만, 사드 배치 합의를 조약으로 볼 수 있느냐는 점에서 정부가 동의 요구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미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른 사안이고,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이다. 정부가 국회 동의를 거부한다면, 국회가 이 문제를 헌법재판소로 가져가면서 법적인 다툼을 벌이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또한 안철수 의원이 거론한 국민투표의 경우도 그 적절성을 더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안보 관련 사안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야당은 야당대로 반대의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겠지만, 역대 국민투표를 보면 통치자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절차적 도구로 국민투표가 이용되어 왔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향후 반대 여론이 확산되었을 때, 거꾸로 대통령이 국민투표 발의라는 승부수를 던지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국민투표를 통해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적 승인을 얻는다면 모든 것이 끝나게 된다. 고려는 하되, 신중히 판단할 일이다.

지금 야당들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입장은 사드 배치의 연기와 차기 정권에서의 최종 결정이라 판단된다. 사드 배치 시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우려도 그대로 있고 국민 의견도 수렴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배치할 것이 아니라, 이를 차기 정권으로 넘기자는 제안이다. 결국 내년 12월 대통령선거로 들어서는 새 정부가 사드 배치 여부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리자는 얘기가 된다. 야당이 무조건 철회를 요구한다고 해도 그 현실적 한계가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수준의 대안적 입장을 내놓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물론 이러한 수준의 요구 조차도 반대 여론의 큰 뒷받침이 없으면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야당들이 사드 배치 반대의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국민에게 그 문제들을 소상히 설명해 나갈 때이다. 그러면서 야권의 공조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를 막지 못한다면, 후일의 역사는 그 책임을 박근혜 정부 뿐 아니라 지금의 야당들에게도 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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