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정일 기자] “다 문을 닫는 분위긴데 저희만 문을 열 수도 없고, 괜히 단속반에게 꼬투리를 잡혀서 골치 썩느니 차라리 남들보다 일찍 여름휴가를 갔다 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 지나면 또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강남권 중인중개업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한 건 지난달 초 정부가 분양권 불법전매, 다운계약 등 부동산시장의 일제점검을 예고하면서부터였다.

지난달 21일에는 서울 강남구, 위례신도시, 하남 미사 등 수도권 3곳과 부산 1곳에서 신규 분양 견본주택, 공인중개업소 등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에 나섰다. 이번 점검을 위해 국토부와 지자체는 각 지역에 40~50명을 파견할 정도로 이전과는 다른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견본주택 현장에는 평상시 같으면 입구를 가득 매웠을 떳다방은 이미 자취를 감춘 상태였고 단속을 눈치 챈 공인중개업소도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는 다르게 사실상 이번 단속은 허탕을 친 셈이였다.

정부의 단속은 항상 이런 식이였다. 분양권 불법전매, 다운계약 등의 과열양상은 비단 최근 불거진 문제가 아니라 꾸준히 부동산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정부가 집중 단속 지역으로 예고한 서울 강남, 위례신도시, 미사 하남, 부산 등은 그동안 심각할 정도의 과열 양상이 지속된 지역들이였다. 그럼에도 계속 뒷짐 지고 지켜보고 있다가 여론이 심각하다가 생각하면 그때서야 단속을 예고하고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모양새다.

시기 또한 절묘하다. 왜 하필 20대 국회가 개원하는 시기와 맞물려 부동산시장 점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일제 단속을 시작하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미사 하남 신규 분양단지에는 다시 떳다방이 등장하고 공인중개업소들이 하나둘씩 문을 여는 등 정부의 의지를 비웃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이번 부동산시장 일제 점검이 아마 그들에게는 달콤한 여름휴가 정도로밖에는 비춰지는 않는 것 같다.

한자성어 중에 ‘망양보뢰(亡羊補牢)’라는 말이 있다. 양을 잃고서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실패한 후에 일을 대비하거나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부동산 시장이 더 혼탁해지기전에 보여주기 식의 탁상행정 보다는 시장 상황에 맞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부의 대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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