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무슨 18대 총선 준비도 아니고” “몸값 지불했다”
김만복 원장은 아프간의 한국인 인질 19명 석방 과정에서 전세계 언론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마치 작정이나 한 듯 언론에 노출됐고 아프간 사태 해결의 결정적 역할을 자신이 한 것처럼 인터뷰에 응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김 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범여권 역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김만복, 아프간 사태 해결하면서 언론에 계속 노출
김 원장은 아프간 한국인 인질 석방을 해결하면서부터 언론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호텔에서 한 TV 카메라에 일부 인질과 더불어 호텔 로비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날 김 원장은 “이런 인터뷰를 하면 안되는데...”라고 운을 떼면서 “통신 사정이 나쁘고, 신속한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달 22일 이후 직접 현장에서 협상을 지휘했다”고 인터뷰에 응해 이번 아프간 사태 해결의 주역은 자신임을 당당히 밝혔다.
또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중심부의 두지트 두바이 호텔 로비에서도 자신이 이 사태 해결의 주역임을 또 한 번 강조했다.
게다가 김 원장은 기내 안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도 했고 보도자료 역시 나눠주기까지 했다. 보도자료에는 “협상 최전선에 서있던 국정원 대테러 요원들은 김 원장의 지시에 따라 막판 협상을 실질적으로 주도했고” “김 원장은... 석방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으며” “김원장의 34년 정보요원 경륜과 현장감은 빛을 발했다” “김 원장은 아프간 활동 중에는 방탄복을 입을 정도로 위험을 무릅썼다”고 밝혀 자화자찬의 문구로 가득 찼다.
김 원장은 이번 인진 석방협상단의 정부 측 대표는 박인국 외교부 다자외교실장임에도 불구하고 “(박 실장은)副대표의 보스 자격”이라며 박 실장의 노고를 깎아내리기 까지 했다.
김 원장은 이처럼 이번 협상의 주역이 마치 자신인 것처럼 언론에 노출시켰다.
한나라, “무슨 총선 출마하는 것도 아니고”…언론에 노출된 김만복 사퇴해야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질타를 보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무슨 총선 출마하는 사람도 아니고, 국가기관 정보파트 책임자가 18대 총선 출마용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고, 그것도 보도자료까지 돌린 것은 나라 체면으로 봐서도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몸값 지불 때문에 김 원장이 아프간으로 날아갔다고 비난했다. 정 최고위원은 “국정원장이 아프간에 간 이유는 몸값 지불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당국은 부인하지만 외신이라든지 국내 일부에서 흘러나온 자료를 보면 2천만 달러 이상의 몸값이 지불된 게 사실이 아니냐는 심증을 굳히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거액의 몸값을 국정원장이 지원하는 것은 한국이 국제적 인질의 봉이 될 우려가 있다”며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기 때문에 강도 있게 추궁할 것”이라고 말해 오는 6일 국회 정보위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을 예고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현안브리핑에서 “김 원장에게는 양지만 있고, 음지는 없었다. 보안은 없고 노출만 있었다”며 “항간에는 김 원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작심하고 아예 ‘007영화’를 찍었다는데, 그렇다면 김 원장은 이번 기회에 아예 옷을 벗고 정치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해 김 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다.
범여, 신중치 못한 행동…하지만 인질 구출이 핵심일뿐 국정원장 노출은 부차적 문제
범여권은 김 원장의 행동에 대해 신중치 못하다는 반응과 함께 김 원장을 옹호하는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을 지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신중치 못했다”며 “자기 역할만 제대로 하면 되는데...”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신당 이낙연 대변인은 브리핑 이후 “정보기관 최고책임자의 활동상이 공개되도록 한 것은 적절치 않다”며 “조속히 정보위를 열어 김 원장의 처신이 적절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보위 소속인 민주신당 선병렬 의원은 “인질 구출이 핵심이지 국정원장이 언론에 노출된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라며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정원장이 직접 지휘해 성과를 거뒀구나 하는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김 원장을 옹호했다.
김만복, 국민위협 상황에는 死地도 마다하지 않을 것
이처럼 정치권에서 자신의 언론 노출에 대해 말들이 많자 김 원장은 2일 국정원의 간부회의 자리에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주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우리 국민이 위협에 처하면 설사 그것이 사시라 할지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피랍자를 구하기 위해 생명을 걸고 협상했던 부분들을 일일이 공개할 수 없지만 훗날 역사는 이를 평가하고 인정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프간 현지 상황은 하루에도 수십 명이 테러로 숨지고 기후, 식사 등 모든 것이 열악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과 외교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가 협력해 상황에
신기남 의원은 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나타난 것인지 일부러 나타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가능하면 노출 정도를 줄여야 된다”며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아프간 현지 상황은 하루에도 수십명이 테러로 숨지고 기후, 식사 등 모든 것이 열악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과 외교부, 국방부 등 관련부처가 협력해 상황에 잘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원장을 또다시 두둔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 원장은 이미 언론에서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에 언론 노출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청와대, 시대가 바뀌었다…노출 문제는 이제 토론해봐야 할 문제
한편, 청와대 역시 김 원장 노출에 대해 두둔했다. 천호선 대변인은 3일 브리핑을 통해 “시대가 바뀌었다”며 “국정원이 대테러 활동을 하는 것으로 다들 알고 있는 시대”라고 밝혔다.
이어 “김 원장의 활동은 청와대에 보고하고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출 문제에 있어 20세기에는 비공개가 일반화됐지만 21세기에는 상황이 달라졌고 이 문제는 토론을 해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