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 여부 떠나 상당한 이미지 타격, 난관 극복할 수 있을까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사진=연합뉴스)
▲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20대 총선에서 ‘녹색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을 획득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며 승승장구하던 국민의당. 국민의당의 잔칫집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대 총선 최연소 당선자인 국민의당 김수민(비례대표)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은 발칵 뒤집혔다. 의혹의 불길은 시간이 갈수록 잡히기는커녕 더욱 더 확산되고 있다.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현배 전 신한국당 의원의 딸인 김 의원은 디자인 관련 벤처기업 ‘브랜드호텔’을 창업해 과자 ‘허니버터칩’ 디자인 참여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김 의원은 국민의당 PI(Party Identity)를 만들었으며 비례대표 7번 배정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9일 총선 기간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인사는 김 의원을 비롯해서 사무총장을 지낸 박선숙 의원,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 국민의당과 총선 홍보 계약을 맺은 업체 두 곳 대표 등 모두 5명이다.

김 의원은 선거공보 제작 업체인 A업체와 TV광고를 대행하는 B업체 등 두 곳으로부터 자신이 대표로 있는 ‘브랜드호텔’과 허위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을 통해 총 1억7천820만원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B업체는 체크카드 발급 방식으로 국민의당 선거홍보 관련 팀원에게 추가로 6천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총선 당시 회계 책임자였던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 등은 리베이트 수수 과정을 공모하고 선거비용 회계보고를 허위로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총 2억3천820만원 정도되는 불법정치자금 수수를 위해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작성해 선거비용 보전청구 및 회계보고에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최근 이번 의혹과 관련 광고회사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3일 검찰은 중앙선관위가 고발한 인사들을 출국금지시켰으며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은 지난 16일 오전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 의원은 오는 23일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또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을 처음 만든 인물로 김 의원의 모교 지도교수인 서울 모대학 K 교수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검찰이 밝히기 전 국민의당이 먼저 소상히 밝혀야”
“철저하게 규명하지 않으면 고정지지층도 다른 곳으로 마음 줄 것”

이번 ‘리베이트 의혹’의 핵심은 김수민 의원 측이 받았다는 리베이트의 당 유입 여부, 의혹이 사실일 경우 리베이트 수수와 허위 회계보고를 한 인물이 누군지 여부다. 이와 맞물려 의혹은 김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에는 어떤 비리가 없었는지로 확산됐다.

리베이트 의혹으로 혼란에 휩싸인 국민의당은 지난 13일 이상돈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고 법조인 출신 박주선 최고위원과 김경진·김삼화 의원 등 4명으로 구성된 자체 진상조사단을 발족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이상돈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자체 중간조사 결과 "홍보업체의 자금이 국민의당으로 들어온 것은 없다“면서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또 김수민 의원도 최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워크숍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조사가 있다면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밝힌 뒤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은 없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러나 진상조사단의 중간 발표 과정에서 사건 연루 당사자인 김수민,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 등에 대한 면담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일부 관계 업체에 대한 면담만 가진 후 발표했다는 점에서 의혹 해소에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진상조사단이 박 의원과 왕 전 사무부총장의 리베이트 사전 지시 및 논의 의혹에 대해서는 “우리가 조사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은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김 의원이 공천을 신청하지도 않았음에도 무슨 이유에서 비례대표 7번을 배정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김영환 역할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던 김영환 사무총장이 지인인 숙명여대 시각 영상디자인과 교수였던 김모씨로부터 김 의원을 ‘청년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총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인재영입위원장 시절에 김 의원을 만난 적도 없으며, 당시 영입에 공을 들였던 사람은 김 의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며 “김 의원을 비례대표로 추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애초 김 의원은 ‘청년 창업 벤처혁명’ 몫의 비례대표 유력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후보군들이 모두 고사하는 바람에 김 의원이 공천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 등 지도부가 막판 몇 명의 후보를 놓고 고심하다 당의 브랜드 홍보 작업에 참여한 김 의원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근 YTN라디오에 출연해 김 의원의 비례대표 발탁 논란과 관련 “정치 관행을 안다고 하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며 “청년이나 상당히 가치가 있는 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서류를 직접 만들도록 요구해서 발탁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 의원이) 유명한 벤처 광고기획자, 이런 것으로 해서 아마 발탁이 되지 않았느냐고 생각한다”면서 “(총선 당시에는) 5번 이후에는 (당선이) 어렵다고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7번을 배정 받은 것은)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에 허덕이면서 대여 공세의 칼날은 점점 무뎌져 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새정치’를 기치로 창당한 국민의당과 ‘새정치’를 내세워 정치를 시작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게 진위 여부를 떠나 이미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주고 있다.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단순한 ‘캐스팅보터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 사이에서 대안 세력으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터진 것이다. 또한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을 영향력 있는 제3당으로 자리매김시키고 자신도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대선주자로서의 몸값을 높여가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것이다. 특히 안 대표의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이 이번 의혹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안 대표의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안 대표의 대응 방식도 오락가락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인 9일에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받았다.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검찰의 조사를 예의주시하겠다”고 의혹을 부인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안 대표는 하루 뒤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지만 당에서는 사실관계를 적극적이고 객관적으로 확인하겠다.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있다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안 대표는 “앞으로 진행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 검찰에서도 공정하게 수사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한 뒤 “수사결과가 나오면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적으로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국민의당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정대처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관련 의혹에 대한 반응을 최대한 신중하게 내놓으면서 당분간 검찰수사를 차분히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안철수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수사 결과,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있을 시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고려도 없이 당헌당규에 따라 엄정하고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가 이같이 언급한 것은 국민의당 당헌당규에는 검찰 기소 시 당원권이 정지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수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이번 일로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안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과분한 지지를 보내주신 것은 기성 정치의 관행을 뛰어넘어서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현재 국민의당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검찰 수사에 협력하면서 결과가 발표되면 우리 나름의 합리적 판단에 따라 원칙에 맞게 대처하면 된다”면서 “미리 책임질 일도 아니고,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치컨설턴트 (주)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20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당이 관련 의혹을 검찰이 밝히기 전에 먼저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국민의당 자체 진상조사단에서 진실을 밝힐 줄 알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려고만 한 것은 잘못이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안철수 대표는 이 문제를 명명백백하게 밝히지 못한다면 이번 20대 총선에서 국민이 엄청난 지지를 준 것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본다”며 “국민의당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대 조국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이 이 사건을 철저하게 규명하지 않으면 새누리에서 넘어온 지지층은 물론, 호남 등 고정지지층도 각각 다른 곳으로 마음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김수민 의원이 총기획자라고 보이지 않는다. '프로'의 솜씨”라면서 “선관위와 검찰을 비판하면서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철수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새정치'가 과거 그 노선의 모호성을 비판받았다면 이제 청렴에 대한 의심이 대중적으로 커지고 있다”면서 “안 대표가 총선 전후 약속한 대로 과감한 내부 숙정(肅正, 부정을 엄격하게 단속해 바로잡음)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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