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롤모델이었던 손길승 명예회장에 대한 실망감이 큽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이 허탈함을 느낄 것 같네요.”

SK그룹 계열사의 한 간부가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20대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그 중간간부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손 명예회장은 한 때 직장인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사원으로 시작해 국내 재계서열 3위 SK그룹의 회장을 맡으며 올라갈 수 있을 직위 중 최고의 직위에까지 오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강력한 추진력과 매사에 신중한 행동으로 인해 ‘조용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손 명예회장이 ‘추문’에 휩싸였으니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꼈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손 명예회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의성은 없었다”, “(해당 여성이)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일 수도 있지만 어쩐지 정치인이나 그룹 총수들이 검찰에 출두하며 흔히 했던 말과 오버랩되면서 신뢰성이 대폭 줄어든 느낌이다.

더욱이 이른바 ‘강남역 사건’으로 인해 여성 혐오주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손 명예회장의 ‘추문’은 오히려 이 같은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붓는 듯한 모습으로 증폭될 수 있어 더욱 안타깝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불거졌던 최태원 SK 회장이 불륜과 혼외자 문제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어 SK그룹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아직까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을 하지 않지 않아 내연녀 김 모 씨 사이에 끼어 있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재벌 총수 또는 최고 경영자들이 경영과 관련된 일로 처벌을 받고 있다가 사면을 받을 때 법원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크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꼭 넣었다. 이 때문에 반기업 정서가 들끓곤 했다. 그렇지만 이번 손 명예회장과 최 회장의 일은 경제 발전, 경영 활동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윤리적인 문제다. 예전부터 기업에서 행해졌던 관행이라고 항변할 수도 없다는 말이다.

가계는 파탄 날 지경이고 기업들도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면서 국민들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실천하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국민의 윤리적 비판을 받을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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