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전수영 기자] 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며 찬반양론이 거세지고 있다. 계속해서 적자가 나고 있는 기업을 국민의 혈세로 살려주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구조조정 찬성론과 국민의 편의 증진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이익을 따져서는 안 된다는 반대론이 팽팽하다.

또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하지만 정부는 밀어붙이기식으로 강제 구조조정을 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반발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원 태백지역 곳곳에 대한석탄공사 폐업 계획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div>
▲ 강원 태백지역 곳곳에 대한석탄공사 폐업 계획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성적자 공기업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이미 정부는 칼자루를 꺼내들었다. 첫 시작이 한국석탄공사다.

정부는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석탄공사 폐업을 계획했었다. 석탄공사는 지난해 1746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62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석탄공사는 2014년 712억 원, 2013년 824억 원, 2012년 96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줄어든 석탄 소비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가 갈수록 석탄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어 석탄공사의 앞날은 그야말로 뻔하다. 인위적으로 석탄 소비량을 늘릴 수 없다면 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적자 규모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공기업 구조조정 찬성 쪽에서는 “수백억 원씩 적자를 내는 민간기업이 있다면 벌써 폐업을 했을 것”이라며 “‘공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인해 안일한 경영을 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 반대 측에서는 석탄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저소득층에서는 여전히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복지 차원에서 석탄공사의 폐업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백시의 경우 석탄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탄광의 문을 닫을 경우 지역경제가 무너질 수 있으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가행탄광의 보호 육성과 아울러 대형 국책사업 추진 등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석탄공사 폐광 방침을 제외하겠다는 의견을 밝혀 향후 결론이 어떻게 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광물공사와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구조조정에는 힘이 실리고 있다.

광물공사는 지난해 1조1573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2014년에 2738억 원, 2013년 5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이에 따라 광물자원공사에 대한 구조조정은 광물자원개발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과 자원 개발 부문을 민간에 넘기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조직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통폐합을 고려하고 있다. 중복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인력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석유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부분을 별도로 떼어 내 전문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구조조정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노동부유관기관노조 한국산업인력공단지부 조합원들이 24일 오전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기 위한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코리아나호텔의 이사회장 앞에서 당연직 이사인 권기섭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관의 참석을 가로막으며 노조 동의 절차를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div>
▲ 노동부유관기관노조 한국산업인력공단지부 조합원들이 24일 오전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기 위한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코리아나호텔의 이사회장 앞에서 당연직 이사인 권기섭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관의 참석을 가로막으며 노조 동의 절차를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과연봉제 뇌관 터지기 일보직전

정부는 공기업에 성과연봉제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20일까지 전체 공공기관 중 49.1%인 59개 기관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대해 노사가 합의하거나 이사회 의결을 마친 상태다. 오는 6월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해야 하는 공기업 30곳 중에서 16곳이, 도입 기한이 올해 말까지인 준정부기관 120곳 중에서 43개 기관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공기업들이 노동조합과 협의 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경우 노조의 동의 없이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성과연봉제를 의결하려고 했다. 이에 노조는 회의장을 방문해 이사회 개최의 불법성을 지적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처럼 성과연봉제에 대한 반대 의견이 높은 것은 공기업 구조상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무조건 성과를 내야하고 이를 통해 연봉에 차등을 두겠다는 것 때문이다. 애초에 국민 복지와 편의 향상을 위해 세우진 공기업에 수익을 바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하는 석탄공사, 광물공사, 석유공사 등이 대표적인 국민 편의를 위해 세워진 곳으로 이들 공기업은 현재로서는 성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반발이 덜하지만 다른 곳은 구성원들의 불안감과 함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장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성과연봉제 미도입 기관에 대해 내년에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 삭감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면서도 성과연봉제는 저성과자를 퇴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노조를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은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저성과자의 퇴출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속적으로 저성과자로 분류될 경우 퇴출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 때문이다.

한 공기업 중간간부는 “공기업의 태생이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님을 정부는 간과하고 있다. 공기업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민간기업과 경쟁을 해서 이기든가 아니면 독점 시장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독점시장이라는 것이 대부분 수익이 내기 어려운 곳이다. 석탄공사가 대표적인 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과연봉제 취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 도입과 함께 사회적 논의를 거치는 것이 먼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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