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놓고 벌였던 치열한 공방전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인수합병(M&A)에 대해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9명의 심사위원을 선정할 방침이나 이를 놓고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방통위는 ‘2014년 1월 1일 이후 신청법인이나 신청법인 주주사의 발행주식 총수 또는 출자지분 100분의 1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자’를 심사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CJ헬로비전은 신청법인이고 SK텔레콤은 주주사다. 이 둘의 시가 총액은 각각 1조7000억 원, 17조1200억 원가량 된다.

방통위의 기준을 놓고 보면 CJ헬로비전 주식 170억 원, SK텔레콤 주식 1712억 원 이상만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누구든 심사위원이 될 수 있다. 기관투자자를 제외하고 두 회사의 주식을 제한 상한선을 넘겨 확보하고 있는 이는 우리 국민의 0.1%도 안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상한선을 너무 높게 잡았다. 두 회사의 지분을 몇 억 원어치 가지고 있어도 심사위원이 될 수 있으니 만약 그런 이가 심사위원이 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CJ헬로비전이 국내 이동통신 1위 기업으로 합병되니 당연히 주식은 오를 것이니 합병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4년 1월 1일 이후 신청법인 주식을 10% 이상 소유한 주주사의 임직원 또는 사외이사’라는 조항도 있다. 이 조항도 기간이 너무 짧다. 기껏해야 2년 반 정도 지난 시점일 뿐이다. 대기업들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앉히는 경우가 많은데 3년도 안 된 시점에서 심사위원을 맡긴다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기 쉽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CJ헬로비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최근 임직원으로 근무했거나 아니면 사외이사직을 수행했다면 심사위원으로 선정하는 것 또한 불공정하다.

이번 합병에 찬성을 하는 쪽이든 반대를 하는 쪽이든 합병 이후 이통시장과 케이블TV(CATV)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서로 물러날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마당에 방통위는 스스로 자충수를 뒀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다만 방통위는 명분거리를 찾기 위해 통신시장에 별 영향이 없는 CJ헬로비전의 알뜰폰 부문 매각 정도의 카드를 내밀지도 모른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4월 7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방송법을 기반으로 시청자 관점에서 공익성 훼손 여부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합병했을 경우 시청자들에게 통신과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공익성을 훼손하게 될지를 집중적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공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일단 공정해야 한다. 특정인의 이익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봐야한다.

하지만 방통위의 심사위원 자격 요건을 들여다보면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최 위원장의 말이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면 후속 작업들도 공정성을 확보해야만 할 것이다. 공정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심사를 해야만 M&A 승인을 하던 불허를 하던 업계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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