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 도박을 벌이고도 검찰과 법원을 상대로 구명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가습기 살균제의 폐해를 알면서도 제품을 판매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의 행태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직원이 손님에게 봉변을 당해도 팔짱만 낀 채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는 이마트. 성격은 다르지만 결합상품의 선호도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케이블TV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해도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은 극히 일부분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SK텔레콤.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시위에 이용했다는 뜨거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일절 어떤 변명도 하지 않는 전경련까지. 누가 봐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우리사회가 비정상을 정상처럼 보기 시작했다. 지금만, 지금의 곤경만 모면하면 된다는 의식이 자리 잡은 모양새다. 유명한 기업이, 유명인이 이러니 범인(凡人)들의 세상에서 비정상은 이미 비정상이 아니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이 삼국지(三國志)가 우리에게 잘못된 것을 가르친다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으로 갖춰야 할 덕목을 강조하는 논어(論語)와 맹자(孟子), 예기(禮記)보다 처세술과 용인(用人)술로 가득 찬 손자병법 삼국지를 읽는 것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하는 현실이다.

많은 이들이 잘못됐다고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도, 문제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적과 비판에 대해 얼버무리고 해명하기에 바쁘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고치고 앞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든 이들은 알고 있다. 그것이 인류를 ‘슬기로운 사람’을 뜻하는 호모사피엔스로 부르는 이유가 아닐까?

이 세상에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절대로 돈으로 바꿀 수 없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하찮은 직업이라고 무시하는 일을 해도 그 자체는 숭고하다. 그런 이들을 몇 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그 후에 거리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가족’이라고 부르지만 이익을 위해서 다른 이의 잘못을 눈감아서는 더더욱 안 된다.

잘못을 얘기했다고 고개 숙이는 이들에게 ‘말만 그렇게 하지 또 그럴 거잖아’라고 생각하기보다 ‘그래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라 믿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정상적’인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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