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나 연립정부 얘기는 나중에 해도 된다

3당 구도는 야권의 분열일까, 아니면 확장일까. 20대 총선의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분열이 여당의 압승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을 우려하며 야권연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막상 개표함을 열자 결과는 정반대였다. ‘1여 다야’ 구도 속에서도 여당은 참패했고, 야권의 3당은 무려 167석을 얻는 승리를 거두었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는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졌다면 야권 후보가 당선될 수 있던 곳들도 있었지만, 큰 흐름으로 얘기한다면 3당 구도는 야권의 확장을 가져왔던 셈이다. 여기에는 새누리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이탈층과 부동층을 국민의당이 흡수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합리적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내서 야권의 확장을 이루겠다던 안철수 대표의 말이 어느 정도 현실이 된 셈이다.

20대 총선이 그렇게 끝나면서 이제 3당 구도에 대한 세간의 인식도 어느 정도 변화가 읽혀진다. 3당 구도의 폐해 보다는 그것이 가질 수 있는 긍정적 측면에도 많은 관심이 기울여지는 모습이다. 그래서 내년 12월에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지만, 예전과 같은 야권 통합이나 연대의 목소리는 많이 줄어든 편이다.

이제는 무리한 야권통합이나 연대의 요구는 거두어들이는 것이 나아 보인다. 일단 민심이 그것을 원했다. 서로가 생각이나 체질이 다른 정치세력을 억지로 하나의 울타리 안에 묶어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3당 구도, 특히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경쟁구도는 야당들 간의 경쟁이 낳는 긍정적 효과도 많이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거 때만 되면 반복되는 단일화 공방, 서로가 양보하라며 압박하는 식상한 장면에 대한 국민의 염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3자 구도로 대선을 치르는 것도 이제는 고려해볼 법하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이탈이 그대로 유지되고, 국민의당이 여당의 지지율을 30퍼센트 부근에서 묶어두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야권이 3자 구도 아래에서도 정권교체를 이루는 일이 가능하다. 그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며 야권통합이나 연대의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총선에서 3당 구도로 야권이 승리했으니 그냥 그대로만 가면 된다는 생각도 위험할 수 있다. 먼저 생각해야 할 여러 질문들이 있다. 총선과 대선이 같을 것인가, 여당에게 실망해서 이탈했던 보수층이 정권교체는 막기 위해서 다시 원대복귀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가 계속 합리적 보수층을 흡수하며 확장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 대선정국에서 전개될 상황의 유동성은 분명 존재한다.

다만 아직은 예상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우선 새누리당이 잃었던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지켜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변변한 대선 후보조차 찾기 어려운 새누리당이 지지를 회복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만에 하나 ‘유승민 대통령후보’ 같은 마지막 카드를 들고 나선다면 국면은 급변할 수도 있다. 또한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일 없이 확장성을 지켜낼 수 있는가도 아직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3자 구도의 성격은 특히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지지층의 유입에 따라 크게 좌우되지만, 더민주의 대통령후보가 누가 되는가도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19대 대선에서 3자 구도는 야권의 확장으로 이어진다면 정권교체를 이룰 해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장에 실패할 때는 야권 표의 분산만 가져오는 결과에 그칠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민의당 일각에서 거론된 연립정부 방안 같은 것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후보단일화 과정이 두 세력 간의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식 게임이 되었을 때 양측 지지층이 제대로 모아질 수 없음은 2012년 대선에서 경험한 바이다. 대선정국 들어가서 후보단일화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판단된다면 그때 연립정부 방안 같은 것도 의미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대선이 멀리 있는 지금 시점에 야권에서 그런 얘기가 자꾸 나오는 것은 자칫 벌써부터 정권잡는 데만 관심이 가있는 오만한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으니, 지금 얘기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모든 정치세력들이 20대 국회를 맞으면서 활발한 경쟁을 벌이면서 각자의 지지를 높이는데 주력할 때이다. 나중에 어떻게 할지는 앞으로 드러나는 민심의 향배를 보면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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