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민심에 대한 잘못된 진단들 

4.13 총선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청와대와 정부는 원내 과반은커녕 제 1당의 위치조차 지키지 못한 예상 밖의 참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패배의 당사자인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사퇴한 채,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하염없이 표류하고 있다. 야권의 분열에 기대어 180석 이상을 차지하는 대승을 예상했던 새누리당 안팎에서 총선 패인을 둘러싸고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총선 민심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총선 직후 보수 언론에서 총선 패배 5적(五賊)을 꼽기도 했지만, 오적으로 직접 거론된 청와대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시간이 지난 후 이미 사라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잘못으로 대패했다는 지적이 다시 나왔고, 당 최고 의사결정구조인 최고위원회의 리더십 붕괴가 패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총선과정의 문제점을 짚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민심 이반을 초래한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불통 리더십에 대한 지적과 그런 리더십에 대해 전혀 할 말을 하지 못한 새누리당의 무책임한 모습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 대해서 직시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이 어떻게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총선을 거치면서 새누리당 내부는 소위 ‘친박’ ‘진박’ 인사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지난 3년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한다는 명분으로 당을 좌지우지한다면 그런 새누리당에게 국민들의 기대와 여망이 모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태에서도 대화와 타협은 뒷전이고 야당 탓만 한다면 앞으로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이 순조롭게 운영이 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민심수습을 위해 청와대와 내각을 전면개편을 한다든지  국정운영의 기조를 변화시킨다든지 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대통령 측근에서 호가호위하던 인사를 금융권에 낙하산으로 다시 내려 보낸다는 말조차 나돌기도 하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에서도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총선 패배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에 대해  "대통령이 그럼 무릎을 꿇고 '임기를 반납하겠다'고 해야 좋겠는가"라며 대통령이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 했으며 당 내부를 향해서도 “대통령을 비난할 것이면 당을 떠나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대통령이 ‘배반의 정치’라고 규정하고 공천에서 배제했던 새누리당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김무성 대표를 제치고 여권 차기주자 1위를 차지한 민심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새누리당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유승민 당선자가 새누리당에 복당하여 보수 개혁에 앞장을 서겠다고 하는 것은 새누리당이 쥘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통제에서 벗어나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여야가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국정현안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대통령은 정파 수장의 입장에서 벗어나 국정의 최종 조정자 역할을 자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청와대만 보이고 당은 아무른 역할도 하지 못하는 최악의 1극체제에서 벗어나 당정청이 긴밀히 협의하되 각자가 맡은 바 역할을 하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야당도 반사이익에 안주하면 머잖아 더 큰 심판에 직면할 수도 
새누리당이 야권분열의 반사이익만을 노리다가 분노한 민심을 읽지 못하고 대패한 것처럼 야권 또한 총선 승리를 자신들의 전략 탓인 양 자화자찬한다면 이 또한 민심을 거꾸로 읽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 지지층 중 상당수가 투표를 하지 않거나 심지어 야당에 투표를 한 것은 총선에서 여권이 정신을 차리라고 벌을 준 것이지 야당에게 상을 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정신을 차려서 대선에서는 다시 패배를 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 새누리당 지지층의 숨은 뜻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석권해 왔던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들이 여럿 나오고 전국적으로 골고루 의석을 가진 것은 의미 있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국민의당이 야당의 핵심기반인 호남을 석권한 것 또한 의미 있는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야당은 이제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정에 책임을 나눠가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부 여당을 비판 견제하되 다수당으로서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책임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야권이 연대하여 박근혜정부에서 심각하게 퇴행한 민주주의를 제자리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정교과서를 폐지하고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하고 테러방지법 등도 순차적으로 수정해 가야 할 것이다. 소위 박근혜정부가 내세우던 경제활성화법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충분히 다시 검토해서 경제민주화에 역행할 수도 있는 부분들은 과감하게 수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야권은 과거 13대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들 간에 경쟁을 하면서도 협력을 통해 정국을 주도하던 모습을 보이는 과정을 통해 국정운영 능력을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과 정부의 무능으로 야권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3년 박근혜 정부에서 아무 것도 제대로 못하고 지지층에게 실망만 안겨주었던 야당이 이런 기회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눈앞의 승리에 대한 지화자찬이나 논공행상에 급급하거나 대선을 앞둔 상태에서 각자 잿밥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머지않아 더 큰 심판을 자초하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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