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 하락, 경제 양극화, 적극 투표층의 변화 등도 원인"

토론회는 정미화 변호사(경실련 금융개혁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라운드 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토론자로는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가 참여했다. (사진=경실련 제공)
▲ 토론회는 정미화 변호사(경실련 금융개혁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라운드 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토론자로는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가 참여했다. (사진=경실련 제공)

[폴리뉴스 이혜진 기자] 20대 총선은 시작부터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고 공천 파행, 정책 실종, 혼탁 선거 등 구태가 반복되면서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전통적인 지역주의 투표성향을 수정하며 준엄한 투표를 통해 여야 모두에 변화를 촉구하며 새누리당 122석, 더불어 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라는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었다.

이에 20대 총선 바로 다음날인 지난 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실련 강당에서 '20대 총선 평가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20대 총선 평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20대 총선의 선거 결과를 평가·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의 변화를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예상보다 적은 의석수를 가져간데 대해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잡음 때문"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 조진만 교수 "국민들, 공천 잡음과 경제에 대해 불만"

토론회의 포문을 연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잡음과 경제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박 대통령으 조기 레임덕이 올 수 있는 만큼 향후 국정 운영의 스타일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조진만 교수는 "선거 과정만 보면 더민주는 새누리당을 견제하기보다 같은 야당인 국민의당을 공격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며 "정당들은 여전히 현명하지 못했는데 국민들이 '알파고 유권자'라 할 만큼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정당 투표에서 국민의당이 더민주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국민들의 양대 정당(새누리당, 더민주)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역구보다 비례 대표 결과가 진정한 민심을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선거 패인에 대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정제혁 경향신문 사회부 차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 이택수 대표 "적극 투표층 변화, 부동층 증가", 박상인 교수 "'더 이상 못 살겠다'는 민심 반영"

이택수 대표는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에 따른 박 대통령 지지 하락과 적극 투표 계층의 변화(중장년층의 투표율 하락 및 젊은 세대의 투표율 상승) 그리고 부동층의 증가가 총선 패배의 요인"이라면서 "새누리당이 국민들에게 옐로우카드를 넘어 레드카드를 받았다"고 경고했다.

박상인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4년차에 접어들었는데 경제성장률이 오를 기미가 없고 양극화도 심화되다보니 국민들이 정책을 통해 경제가 나아지리라는 믿음을 잃어버린 듯하다"며 "'더 이상 못 살겠다'는 국민들의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더민주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이번 선거 공약으로 '경제 민주화'를 내세우는 등 너무 추상적이고 감정적으로만 경제 문제를 접근했다"며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한 야당이 집권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여당에 대한 불만의 반사작용으로 얻은 이번과 같은 승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 이준한 교수 "더민주의 중도층 공략 전략, 민심에 긍정적 영향 미쳐"

이준한 교수도 한 마디 거들었다. 이 교수는 "새누리당이 '진박 공천'을 하려 했으나 결국 '진상 공천'을 했다"며 "그동안 이런 식으로 '불통 공천', '무개념 공천'에 이어 '옥새 파동'까지 일으킨 경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그래도 더민주는 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일부를 외주로 넘기는 '중원 전략'을 택함으로써, 이념적으로 과거보다 중도로 움직였다"며 "오랜만에 포괄적인 성장이라는 담론을 들고 나오고 특히 안보에 있어서도 중도적인 성향을 보인 것이 민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 김능구 대표 "'20대 총선 새누리당 참패,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

김능구 대표는 새누리당의 선거 패인에 대해 "지난 2004년부터 '선거의 여왕'으로 군림해오던  박 대통령의 파워가 이번 선거로 끝났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확인됐다"며 "2004년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예상 의석수가 50석에 불과하게 예측됐지만, 박 대통령은 천막당사를 통해 121석을 얻게 해 그 때부터 '선거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며 "이후 박 대통령이 모든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왔지만, 그 위세가 이번 선거를 통해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번 선거는 공천 과정에서부터 끝났던 것이나 다름없다"며 "(새누리당) 지도부가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좋다면서 청와대에 의한 '막장 공천'을 밀어붙이지 않았느냐"고 밝혔다.

또 김 대표는 "며칠 전 중앙선관위에서 발표한 연령별 투표율(예상)에서 젊은층이 높게 나온 반면 60대가 꼴찌로 나와 '새누리는 이제 큰일났다'고 생각했다"며 "선거 막판에 청와대가 '북풍'으로 보수층을 결집시키려 했으나 결국 민심을 돌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멘붕'을 넘어 국정 운영에 있어 '식물정부' 될 가능성 크다"며 "이제 박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국회관계를 지시와 하달 등의 방식에서 대화와 협력 등 '협치'로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 정제혁 차장 "박 대통령의 '불통 정치'와 새누리당에 대한 거센 심판론이 원인" 

한편 마지막 토론자인 정제혁 차장은 세월호 이후 국민들이 느끼는 박 대통령의 '불통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대표적인 이유로 꼽았다.

정 차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위안부 문제와 국정교과서 논란에서까지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불통 정치'에 대해 누적된 피로감이 있다"며 "또 정치권의 잦은 다툼에 대한 피로감과 경제 양극화에 따른 불만들이 깔린 상태에서 최근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이 도화선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 차장은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론이 거세지면서 강남, 분당, 송파 등 새누리당의 초강세 지역을 더민주가 상당 부분 잠식했다"며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패배하게 하기 위한 요인으로 야당 지지층의 결집과 교차·전략 투표를 꼽았다.

이와 함께 정 차장은 앞서 이 대표와 김 대표가 지적한대로 "이번 총선에서 보수층의 투표율 자체가 낮았다"며 "특히 대구, 부산, 강남 등 새누리당의 텃밭에서 득표율이 낮게 나왔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선거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정 차장은 김 대표와 생각을 같이 했다. 정 차장은 "새누리당의 간판으로서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한 사람은 박 대통령"이라며 "다들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이 '진박 살리기'를 위한 프로젝트였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정 차장은 "박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며 "이번 선거의 간판이 박 대통령이었던 만큼 국민들이 박 대통령을 심판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