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를 추방하려면 유권자의 냉철한 심판이 필요

4.13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사전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난 것을 보더라도 이번 총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 열기가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오만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덧붙여 야당이 분열된 상태로 치르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야권의 향배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도 관심사가 되고 있고, 새누리당의 무리한 파행 공천의 여파로 여당의 텃밭인 영남에서 얼마나 표심이 흔들릴 것인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에 여야 정당의 공천 파행과 분열상 등이 일부 유권자들에게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을 안겨서 선거를 외면하게 만드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선거전이 치열해져 가고 있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오도하기 위해 다시 등장하는 북풍, 색깔론, 관권선거, 지역주의 조장 등의 구태라 할 것이다.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둔 시점에서 ‘북한 해외식당 집단 탈북’ 사실을 긴급하게 보도한 것이 청와대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이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통일부는 탈북자들과 북에 남은 가족들의 신변안전 보장을 위해 발표하지 않았던 관례를 들어 반대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송파병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후보를 향해 반국가단체 운동권 인사 운운하며 색깔론을 펼쳤고, 경남 김해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만기 후보는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의 민주화운동 전력를 문제 삼아 색깔공세를 펼쳐 빈축을 사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선거에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행보라는 미명하에 노골적으로 총선 접전지를 순방하며 여당 후보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면 정부 부처들도 선거 중립의 의무에서 일탈할 수밖에 없고 이런 현상들이 이미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남 거제에서 출마한 새누리당 김한표 후보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이 7일 전화를 걸어와 조선업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지원내역의 확대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왔다"고 밝히는 등 정부 부처의 노골적인 선거 지원 사실을 스스로 홍보하기까지 했다. 

역대 선거를 거치면서 특정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싹쓸이 하다시피 해 왔던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지 못한 정치적 퇴행 현상이라 할 것이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경우 부산. 경남에 가서는 PK 전 의석을 새누리당에 달라고 하면서 전북에 가서는 ‘전북사람은 배알도 없냐’고 하는 등 좌충우돌식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너무나 볼썽사나운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호남을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야당의 경우에도 국민의당 천정배 후보는  ‘지역당이면 어떤가’라고 하는 등 과거 자신이 내세운 새정치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퇴행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정당들이 과연 선거가 끝난 뒤에 국민을 진정으로 두려워 할 것인지 의문이다. 선거가 찾아오면 다시 국민의 눈과 귀를 적당히 흐리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새누리당이 통진당 해산, 역사 교과서 국정화 그리고 개성공당의 폐쇄가 이 정부의 가장 큰 업적이라 내세우는 것 또한 국민을 편 갈라서 자신들의 실정을 덮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유권자가 분명히 잘 잘못을 가리고 심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의회마저 독재의 전당으로 만들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선거가 종반을 향해 치닫는 시점에서 새누리당이 읍소작전을 펼치다가 여유를 찾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야권분열의 반사이익으로 원내 과반수 확보를 넘어 대승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들이 일반화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막판 선거전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180석을 넘어 개헌이 가능한 200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각에서 분열된 야권에서 새누리당의 개헌에 지지하는 세력이 나올 경우 내각제 개헌은 20대 국회에서 현실화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박근혜 정부는 걸핏하면 지난 3년의 실정이 마치 국회에서 야당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인 것처럼 주장해 왔지만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원내 과반수가 넘는 의석으로 사실상 대화와 타협은 커녕 한치의 양보도 없이 일방통행 식으로 국회를 운영했고 국회법의 경우처럼 여야간에 어렵게 합의를 하더라도 청와대가 나서서 이를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게 절대 다수 의석을 안겨준다면 민의의 전당이어야 할 의회마저 독재의 전당으로 만들어 주는 우를 범하게 되고 말 것이다. 새누리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재벌들을 편드는 노동법 개악은 말할 것도 없고 테러방지법 보다 국민감시법을 만들어서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기우일까. 총선이 끝나고 사흘 후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너무나 어이없이 피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져간 억울한 죽음 앞에서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던 기억들이 너무도 생생한 데 과연 우리 국민과 야당이 무엇을 잊지 않고 실천을 했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새누리당이 실정을 거듭했지만 결과적으로 절대 다수의석가지 넘보도록 만든 것은 야권의 분열이고 그 야권의 분열에는 야권지지층의 분열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이 의회 독재 유혹에서 벗어나 여야가 대화하고 상생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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