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은 정권의 잘잘못에 대한 중간평가의 장이어야

기승을 떨치던 동장군이 물러나고 새봄은 왔지만 하늘은 온통 뿌연 회색빛인 채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다. 4.13 총선이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여 거리에는 온통 현수막과 벽보들이 홍수를 이루지만 정작 유권자인 국민들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내걸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국민 대다수는 불안한 일자리와 팍팍한 생계 그리고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피폐한 삶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세계적인 경제 환경이 좋지 않았던 탓으로 돌린다고 하더라도 경제민주화는커녕 재벌 등 소수 특권층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대다수 국민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만큼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공약을 저버린 무능한 정권의 정책 실패 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에서는 국민통합을 내세웠지만 집권 이후 자신의 실정으로 위기에 처할 때마다 노골적인 편가르기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켜 위기를 모면하면서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해서는 한 치도 용납하지 않는 편협함을 보였다. 야당과 야권 지지층뿐만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 인사나 세력에 대해서는 배신의 정치라 규정하며 철저히 배제하고 자신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진박인사는 온갖 특혜를 배푸는 패권적 계파정치의 전형을 보였다. 이 같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외교정책이나 남북관계에서도 무능과 방향착오를 반복하면서 한반도를 다시 전쟁의 위기 한가운데로 몰아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대박을 내세웠지만 대다수 국민은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의 위기상황에서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만으로 작금의 한반도 위기구조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건만 박근혜 정부가 위기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정부 여당은 이번 총선이 그동안 정부를 발목 잡아온 야당에 대한 심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잘잘못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식이다. 문제는 유권자들이 정권의 잘못을 심판하고자 하는 열망이 야권의 분열로 인한 분노로 왜곡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 여당의 경제정책 실패를 심판하자고 내세우는 더민주당이나 기득권 양당체제를 심판하고 3당체제로 정치를 재편하자는 국민의당이나 민주주의와 민생 그리고 남북관계를 파탄 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할 뿐 아니라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모습 또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선거의 향배를 결정지을 수도권에서 야권분열로 인해 여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결과가 나온다면 야권지지층의 열망을 짓밟은 두 야당 모두 그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용기와 행동이 필요한 때

이제 각 당의 공천자들이 후보등록을 마쳤고 투표용지 인쇄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지금도 일부 선거구에서 야권연대를 위한 후보간의 논의가 진행 중인 곳들도 있지만 대다수 선거구는 1여다야 구도로 선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와 여당의 실정과 오만을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지만 야권분열로 인해 20대 총선은 결과적으로 야권에게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 확실시 된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애당초 호언했듯이 180석 이상의 의석을 여당이 차지한다면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화되고,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와 비교도 되지 않게 여당이 일방통행식으로 독주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박근혜 정부 또한 지금까지의 잘못된 정책운용을 되돌아보고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불관언의 태도로 일관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지혜로운 결단과 용기를 바탕으로 하는 행동이 요구된다. 야권 정당들이 연대를 하지 못하고 1여다야 구도를 만들고 말았다고 하더라도 각 선거구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집중 지지하여 밑으로부터 단일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당 투표에서 표를 얻어 비례대표 당선자를 내기 위해 경쟁력도 없는 후보들을 지역구에 공천한 정당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현혹되지 않고 밑으로부터의 야권단일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여야 11 구도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총선에서 청년공약이 실종되고 청년후보도 내지 않은 것에 대한 반성과 시정이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는 이에 실망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젊은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여 자신들의 힘을 보야 주어야 한다. 20대는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굳이 의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을 때 정치권도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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