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의 진정성은 아무에게도 없었다

이제는 야권의 후보단일화가 가능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투표용지 인쇄가 다음 달 4일에 시작되기 때문에 늦어도 3일 밤까지는 후보간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그 효과가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는 이를 위한 어떠한 기류 변화도 감지되고 있지 않다. 이대로 가면 별다른 계기를 찾지 못한채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1여 다야’ 구도 속에서 4.13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대략 20~30개 선거구에서는 여당 후보가 야권표 분열 덕분에 어부지리의 승리를 거두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 더민주와 국민의 당 사이의 경쟁이 야권표 나눠먹기의 경쟁이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안철수 신당을 추진하던 초기에 야권표의 확장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이탈하여 신당을 지지하는 현상이 제법 생겨났지만, 이내 국민의당 지지율이 하락으로 반전하면서부터는 새누리당 지지율은 원상회복을 했다. 그리고 두 야당 사이의 경쟁은 주로 야권표를 둘러싼 경쟁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후보단일화가 되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결과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후보단일화 없는 질주는 계속될 태세이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데 대한 책임을 따지는 것은 복잡한 일이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책임의 비중도 다르게 설명될 것이다. 3당체제가 우선이라며 야권연대를 완강하게 거부해온 안철수 대표의 태도,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며 연대해야할 상대방을 모욕했던 김종인 대표의 태도가 맞물리면서 연대를 위한 최소한의 분위기조차 만들어지지 못했다. 선제적 양보의 통 큰 제안을 통해 야권연대의 물꼬를 텄어야 할 더민주는 정의당과의 연대 논의에서도 나타났듯이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3당체제의 구축이라는 자기 당의 입장에만 갇혀 수도권 연대조차 거부하는 입장만 고수했다.

애당초 분열에 이르렀던 과정에 대한 책임도 그러했듯이, 후보단일화 연대가 불발되는 과정에 대한 책임도 이렇듯 쌍방 모두에게서 찾을 수 있다. 김종인-안철수라는 두 야당 리더십의 잘못된 만남이 결국 후보단일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최악의 공천파동을 겪은 새누리당이지만 그래도 4.13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초 예상했던 의석 수보다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그래도 과반 의석은 넘기고 무소속 탈당파 당선자를 합하면 180석 가까이도 갈 수 있는 결과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공천파동은 일단 종료된 새누리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선거에 매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야권분열은 투표일까지 계속 가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야권연대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국민의당은 후보 마음대로 사퇴해서는 안된다며 사실상 자당 후보의 임의적 사퇴불가를 강조하고 나섰다. 당선 가능성이 없는 후보라도 끝까지 버텨야 당의 존재감을 알려 정당투표에서 표를 더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더민주 지지층은 느닷없이 노원병 황창화 후보에 대한 열성적 응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안철수 대표를 떨어뜨릴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국민의당이 야권연대 안한다고 비난하면서 이렇게 그 당 대표를 떨어뜨리기 캠페인에 나서는 모습에서도 야권연대의 의지라는 것은 읽을 길이 없다.

우울한 얘기이지만 4.13 총선은 이렇게 치러지는 것 말고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마지막 남은 기간, 더민주와 국민의 당의 지도부가 자기 당의 이익보다 대의를 우선하며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주기를 바라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 결과, 야권연대의 무산이 새누리당의 압승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는다면, 각 당은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어쩌면 야권의 판이 다시 짜여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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