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은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삼성의 DNA를 바꿔놨다. 그 결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는 세계 최고 기업 반열에 올랐고 다른 계열사들도 경쟁력을 배가시켰다.

그런데 14일 삼성전자 또 한 번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번에는 스마트폰도, 가전제품도 아닌 ‘혁신’이다. 삼성전자가 국내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삼성전자발(發) 혁신은 머지않아 다른 기업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 등 ‘3대 컬처혁신 전략’을 통해 임직원의 의식과 일하는 문화를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모든 임원들이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할 것을 선언했다. 직급 체계도 단순화하고 직무와 역할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불필요한 회의도 줄이고 동시 보고, 실무 보고, 심플 보고 등을 통해 보고의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도 줄여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린다고 하니 그 결과가 벌써부터 주목된다.

거대한 삼성전자가 말 그대로 스타트업처럼 격의 없는 의사소통, 빠른 판단을 통한 사업 추진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계획이 온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직급을 단순화했고, 집중업무시간이라 하여 오전 한두 시간에 업무에만 몰두하기도 한다. 회의 빈도와 시간을 줄이기에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전과 비교해서 얼마나 나아졌는지에 대해 물어보면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외부적으로는 직급이 단순화됐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연공서열이 남아 있고, 집중업무시간을 뒀지만 잦은 회의와 다른 일로 집중이 어렵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다만 일부 기업들이 가족들과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주중 하루 정도를 야근 없이 퇴근시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지만 업무가 밀린 이들은 결국 집에 가서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빛 좋은 개살구’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삼성전자의 계획이 계획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가 지나간 길을 많은 기업들이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선언은 이건희 회장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성과를 이뤄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계획이 실천으로 이뤄져 삼성전자가 계획한 대로 이뤄진다면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아니 글로벌 시장에서 한 획을 긋는 선구자가 될 수 있다.

이제 삼성전자가 업계의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기를 기대하며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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