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돌’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알파고’와의 4번 대국에서 던진 78수는 알파고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결과 인간이 인공지능(AI)를 꺾는 쾌거를 남겼다.

이 9단은 모두를 놀라게 한 78수에 대해 “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수는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고를 해봐도 해답을 찾을 수 없어 둔 수였는데 결과적으로 알파고를 당황하게 만든 것이다. 뜻하지 않게 ‘얻어 걸린’ 수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 9단이 78수를 그냥 무심히 던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거의 모든 이들이 이 9단 장고 끝에 멋진 ‘카운트 펀치’를 날렸다고 판단할 것이다.

중대한 고비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이다. 이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 번 내린 결정을 되돌리기 어려운 것은 만고의 진리인 듯하다.

CJ헬로비전 인수를 놓고 찬반양론이 나뉘어 격론을 벌이고 있다. 모두가 함께 갈 수 없는 길이기에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연합군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키는 정부가 쥐고 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이 어떻게 결론을 내려도 패배한 쪽으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만든 장본인도 바로 정부 당국이다. 정부 당국은 그동안 수많은 언론이 심사 진행과정을 물어봐도 속 시원한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말을 꺼내는 것이 결코 이롭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궁금증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고 그 사이 이통3사는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속도를 내 심사를 하고 결론을 내릴 경우 자칫 ‘흘린 물’처럼 담을 수 없는 미래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과연 ‘묘수’는 무엇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바로 ‘장고’다. 산업 발전에 도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향후 공정 경쟁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소비자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등을 두 번, 세 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번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여러 산업 플랫폼과 연동되기 때문에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현 상황은 시간을 재고 돌을 놔야 하는 대국(大局)이 아니다. 앞으로 나가야할 다양한 형세의 수십 수를 계산하고 판단해야 할 때다.

이 9단이 4번을 지고 한 번 이겼지만 그에게 찬사가 쏟아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기보를 데이터로 가지고 있는 AI를 뚝심으로 이겼다는 데 있다. 그의 한 수에 무릎을 친 많은 이들은 그가 장고를 할 때 조마조마해 하면서도 결국 그가 묘수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신의 한 수’를 위해 심도 깊은 심사를 하는 정부 당국에 빨리 결정하라고 할 이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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