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15일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제7차 공천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15일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제7차 공천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정당정치를 희화화하는 새누리당의 공천 학살

315일 발표된 새누리당의 7차 공천 명단은 유승민 의원을 제외하고 그와 가까운 의원들은 전부 배제되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소위 친이계의 수장 이재오 의원과 박근혜 정권 초기 복지정책에 대해 반기를 들었던 진영 의원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거나 눈 밖에 난 의원들은 남김없이 잘려나갔다. 당 대표에게 욕설 파문을 일으킨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도 그 와중에 포함이 되었지만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현역의원들이 대거 짤려 나간 자리에는 진박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무혈입성 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박 학살 공천에 대해 분노를 터트린 바 있었다. 집권 여당의 공천이 현직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반복적으로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정당정치를 희화화하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권위주의 시대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했던 모색들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는 정치적 퇴행이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렇게 대통령 심기 살피기 위주의 공천을 하면서도 낙승을 기대하는 것은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서 총선을 치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도덕성이나 경쟁력에 하자가 없는 현역의원을 경선 기회도 주지 않고 배제를 시키고 대통령 의중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 꼽는 것은 정상적 공천 방식이 아닐 뿐아니라 지역주민에 대한 예의도 아닐 것이다. 권력의 뜻을 받들어 자의적으로 공천권을 휘두르고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지극히 위험한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독립적인 헌법상의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기본 취지는 유권자인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경쟁을 하라는 것이고, 현역의 경우에는 그간의 의정활동에 대해 지역 유권자로부터 재평가를 받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특정 계파에 소속했거나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을 받거나 배제된다면 그 계파의 수장의 눈치를 볼망정 유권자인 국민을 의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국민통합을 강조하면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도 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었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철저하게 반쪽 대통령의 길을 걸어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자신의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거나 눈 밖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용납을 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유승민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 지적했고 양극화를 시정할 수 있는 경제개혁을 강조하는 등 합리적 보수의 길을 제시하여 많은 국민들로부터 찬사를 들은 바 있었다. 그렇지만 국회법 개정안 처리과정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국회의원들이 투표로 선출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제는 국회의원 공천마저 배제될 상황에까지 내몰리게 되었다. 새누리당 공천의 최대관심사가 유승민 의원 공천 탈락 여부가 될 정도였다. 이제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이 모두 공천에서 배제되어 혹여 살아남더라도 산 것이 아닌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정치보복을 가하는 것을 보고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의 집요함에 두려움을 느끼는 있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 후반에 국정운영의 추진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란 명분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다.

갈수록 노골화되는 대통령의 선거개입 행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10일 경상북도 신청사 개청식에 참석한 이후 316일에는 다시 부산을 찾아 진박 후보 지역구들을 잇따라 방문했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의 지역 방문을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선중앙 동아 등의 보수언론조차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에 대해 청와대가 당내 패싸움에 당사자로 뛰어드는 꼴이라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경북 방문 당시에도 진박정종섭 전 행자부 장관하고만 악수를 나눠 대구의 친 유승민계 물갈이 메시지를 강하게 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결국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대구지역의 현역의원들은 대거 공천에서 탈락되고 말았다. 오늘 부산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해운대, 서구, 사하구등을 방문했는데 이 지역들 또한 소위 진박후보들이 공천을 앞두고 당내 경쟁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총선이 불과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내부 경선에 자신과 가까운 후보들을 돕기 위해 잇따라 방문하는 것은 어떤 핑계를 붙이더라도 상식에 벗어난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귀가 따갑도록 강조했던 북한 발 안보위기와 심각한 경제상황이 국민을 현혹시키고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대통령은 이 시점에 안보와 경제의 콘트롤 타워로서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천이 막바지에 이른 민감한 시기에 자신과 가까운 후보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특정 지역들을 잇따라 방문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못한 행동일 뿐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일 여지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새누리당 공천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지나친 개입을 우려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까지 내려가서 직접 움직이는 것은 대통령의 행보가 아니라 계파 수장의 행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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