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SK브로드밴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CJ헬로비전을 합병한 후 국내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1년간 총 32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고객에게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콘텐츠 기업에게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해 국내 콘텐츠 산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정부가 합병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SK브로드밴드의 이 같은 발표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SK브로드밴드가 100% SK텔레콤의 자회사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SK텔레콤이 정부가 합병을 승인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새로운 생태계를 위해 집중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은 산업계에 있어서 좋은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먹거리가 생겨나고 이를 통해 일자리도 창출되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는 많은 이들에게는 단비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정부가 합병을 승인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합병이 된다는 가정 아래 미리부터 각종 계획을 밝힐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 같은 모습은 ‘설레발’로 비춰질 수도 있다. 정부 각 부처에서 승인의 정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수개월째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합병의 정당성과 향후 일어날 ‘장밋빛’ 미래를 얘기했고,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합병이 이동통신 및 케이블TV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대척점에서의 날 선 공방을 정부는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 각종 ‘설(說)’들이 난무하고 있고 산업계의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어 정부로서도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현재의 이전투구 모습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 해당업체들에게 더 이상 합병과 관련한 주장과 계획을 밝히지 말라고 강력히 주의를 주든가 아니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합병을 검토하겠다고 밝힐 필요가 있다. 이번 합병은 합병 이상의 파급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되는 방송과 통신의 결합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릴 경우 국민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합병으로 인한 시장 독과점 문제, 콘텐츠 유통의 확장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정’들을 살펴야 한다.

도화지에 스케치를 하다 잘못 그리면 지우고 다시 그리면 되지만 지금의 상황은 수채화처럼 잘못된 그림에 다른 색을 입히며 섞일 게 분명하다. 원상태로 돌리기 매우 어려운 형국이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속담처럼 확실한 일도 주의를 몇 번씩 기울여야 실수가 없다는 말인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현재 합병 승인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실무자들은 반드시 이 속담을 머리에 새길 필요가 있다. 합병을 놓고 벌이는 통신사들의 전망과 반대 주장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로또에 당첨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확실하지 않다면 시간을 두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번 합병에 대해 빨리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다. 공과가 분명한 만큼 장고(長考)해야 하며, 이를 두고 나무라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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