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장악 욕심이 낳는 정당민주주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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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친박계 핵심 인사가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현역 의원 40여명의 '물갈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비박계에서 나왔다고 27일자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물갈이 대상으로는 이재오, 유승민, 정두언, 김용태 의원 등이 거론되었다고 한다. 이 명단에는 비박계 뿐 아니라 친박계 인사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는데, ‘논개 작전’ 차원이라는 얘기이다. 김무성 대표는 그같은 명단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당사자들의 증언을 보면 그동안 물 밑에서 돌던 살생부가 실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6일에 있은 새누리당의 대구-경북 지역 공천 면접에서는 유승민 의원을 향해 비우호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면접 시간도 길었을 뿐 아니라, 원내대표 시절의 국회 연설에 대한 까칠한 질문들이 있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자’로 지목했던 유 의원에 대한 물갈이도 모색되고 있는 기류이다.

여야 각 정당 모두 현역 물갈이를 추진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쇄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집권 여당에서 시도되고 있는 물갈이는 쇄신의 의미와는 동떨어진 철저한 권력투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앞장 세운 친박계에서는 비박 현역들을 겨냥한 대대적 물갈이를 통해 그 자리에 ‘진박’(眞朴) 인사들을 사실상 전략공천을 하려는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이 위원장은 다른 친박들의 발걸음보다 저만치 앞서 가면서 칼잡이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이한구 위원장이 주도하고 친박이 지원군이 되는 공천쿠데타이다. 친박은 비박의 핵심들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진박의 대거 당선을 통해 총선 이후의 당권 접수를 노리고 있다. 물론 이는 여당 대선 후보로서 김무성 대표를 배제하는 수순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오랜 기간 논의를 통해 당헌 당규에 명기한 상향식 공천제를 부정하고 당 대표를 거세하려는 이같은 움직임을 공천쿠데타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니다.

과연 김무성 대표가 이 쿠데타를 진압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해 보인다. 김 대표는 격분하며 이같은 물갈이 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막상 주요 기구들을 친박이 장악해 버린 상태이다. 공천관리위에도 김 대표 사람은 적고, 최고위원회의도 친박이 다수이다. 김 대표가 친박의 물갈이를 저지하려 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야말로 당 대표가 직인 들고 사라지는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내의 공천 전쟁이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정당민주주의의 기본조차 부정되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집권 여당의 공천 룰이 친박의 뜻, 혹은 공관위원장 개인의 뜻에 따라 엿가락 신세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 배경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더구나 후보로서의 아무런 결격 사유도 없고, 지지율도 높게 나오는 의원들을 단지 비박의 핵심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것은 1970년대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광경이다.

집권 여당 내부의 공천 쿠데타가 단지 그 정당만의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정당민주주의의 퇴행을 낳는다는 점도 있지만, 총선 이후의 정국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째서 친박은 자기 세력 구축을 통한 당권장악을 위해 이렇게까지 무리를 하는 것일까. 결국 박 대통령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고, 퇴임 이후에도 자신이 원하는 세력이 정권을 이어가도록 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권력 강화에 대한 그 집착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우려된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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