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압승 막으려면, 수도권 야권 단일화해야

야당의 분열이 야권의 공멸을 초래할 것이냐, 아니면 야권의 확장을 가져올 것이냐를 놓고 엇갈린 시각들이 존재해왔다. 이제 4.13 총선이 40일 가량 남은 지금, 야권의 확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가능한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5~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41.7%, 더불어민주당 26.7%, 국민의당 11.7%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호 2번 야당과 기호 3번 야당의 지지율을 합해도 기호 1번 여당의 지지율을 밑도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여론조사들의 추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고 신당을 추진할 초반기에는 새누리당 지지층을 상당히 흡수하여 야권 지지층이 확장되는 현상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 모습이다. 물론 아직 투표일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지만, 새누리당 지지층을 다시 끌어올 반전의 계기가 가능할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야권의 확장성이 원점으로 돌아간 데는 국민의당의 부진이 일차적 원인이었다. 신당의 출현은 제3세력에 대한 중도보수층의 기대를 높이며 지지층으로 끌어들였지만, 그 이후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그들을 다시 제 자리로 보내버리고 말았다. 부진한 것은 국민의당만이 아니다. 더민주는 국민의당을 앞질렀다고 고무되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여당과의 경쟁에서는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선거에서 2등은 아무 의미가 없음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두 야당의 지지율을 합해도 여당의 지지율에 못미치는 현실 앞에서 야당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 대답은 단순하다. 나뉘어진 표가 합해질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한다. 어떤 정치적 입장이나 계산을 떠나 결론은 명확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그러나 두 야당의 기류는 그와는 거리가 멀다. 더민주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김종인 대표는 야권연대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야권연대의 현실성과 효과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발언들이 이어져왔다. 아마도 제1야당이 야권연대에 대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자신들이 더 양보하겠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는 불가능할 것이다. 국민의당에서도 안철수 대표는 야권연대 불가론을 확인하고 있다. 아직은 연대를 거론할 시점이 아니라는 전략적 판단 이상의, 이번에는 끝까지 가야한다는 결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과연 야권연대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드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물론 야권연대가 능사는 아니다. 기왕에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경쟁관계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로 했으면 이번 기회에 결판을 봐야지, 언제까지 선거공학적 연대에 매달릴 것인가, 그리고 유권자들에 식상할 수 있는 그런 방식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가라는 반론도 일리가 있다.

사실 야권연대를 말한다 해도 전면적인 연대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호남이야 야당들 사이의 완전 자유경쟁으로 치러지면 될 것이고, 결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며 꼭 필요한 기타 일부 지역에서의 연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각 당 후보자들이 후보등록까지 하고 나면 연대가 더 어려워지게 되어있다.

여러 어려운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대를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최소한 수도권 혼전 지역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만 이루어진다 해도 4.13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은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공천을 둘러싼 친박-비박 간의 내분으로 엉망진창인 상태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4.13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야권이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여당은 무슨 짓을 하든 간에 이기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제 야당들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넓히려는 경쟁을 하면서도 공멸을 막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시간이다. 더민주 내부에도, 국민의당 내부에도, 여당의 압승과 야권의 공멸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수도권 연대는 불가피하다는 의견들이 자리하고 있다. 각 야당의 내부에서 합리적인 이성이 작동하여 20대 총선이 야권의 무덤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야권 정치세력과 지지층들이 야당 끼리의 대결에만 갇혀있는 사이, 20대 총선판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나무만 보던 눈을 이제 숲으로 돌릴 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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