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주)와우픽쳐스 제공>
▲ <사진=(주)와우픽쳐스 제공>

[폴리뉴스 오현지 기자]유기홍 의원이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영화 ‘귀향’ 상영권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유기홍 의원의 글은 인터넷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이 사실을 조정래 감독은 알고 있을까. 22일 밤 11시 30분, 매우 늦은 시간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조정래 감독은 “저와 접촉이 없으신 분이다”라며 “올리신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조정래 감독은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지 않으셨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정 성남시장 역시 영화제작비를 모금할 때 (저와 연락하지 않고) SNS를 통해 영화 ‘귀향’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조정래 감독은 “지금 GV를 막 끝냈다”라며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열심히 인터뷰하고 방송하는 일밖에 할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정래 감독은 자정까지 영화 ‘귀향’ 홍보일정에 매달렸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씁쓸하고 미안했다. 

현실은 이렇다. 영화 ‘귀향’의 스크린 수는커녕 상영일조차 위태롭다. 몇몇 대작은 개봉일부터 안정적으로 상영기간을 확보한다. 그러나 영화 ‘귀향’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누군가 필자에게 “영화 ‘암살’과 ‘귀향’ 차이가 뭐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고 물었다. 그야말로 ‘웃픈’ 질문이었다. 

영화 ‘귀향’ 그리고 ‘동주’는 흥행 영화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 영화는 ‘권선징악’ 중 꼭 ‘징악’이 있어야 흥행에 성공한다. 열린 결말로 ‘권선’도 암시해야 한다. 즉 ‘암살’과 ‘귀향’-‘동주’의 차이 중 하나는 ‘권선징악’이 없다는 것. 그저 아픔을 안고 끝난다. ‘검사외전’ 외에 한국영화 히트작이 없는 이유로 일각에서 “통쾌함이 없다”라고 꼽는다. 영화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소비하는 관객이 매우 많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습득된 결과로만 볼 때, 영화 ‘귀향’은 관객 입맛에 맞지 않는다. 위안부 문제는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아픈 상처다.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풀러 간 극장에서 ‘위안부 문제’를 봐야 하느냐, 이것이다.

하지만 영화 ‘귀향’은 지난 22일 오전 9시 30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실시간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를 포함해 전국 127개 극장의 201개 스크린에서 21.3%의 놀라운 예매율을 보였다. 포털 사이트의 개봉예정 영화 순위 검색에서도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삶에 찌들어도 영화 ‘귀향’은 꼭 보겠다는 사람, 상영일에 극장에 갈 수 없어서 예매만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네티즌의 이야기이고, 이런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영화 ‘귀향’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 조정래 감독의 말처럼 ‘문화적 증거’로 대하는 관객이 있다는 소리다. 그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방법은 누군가 고민하고 만들어야 한다. 때론 많은 이가 ‘그들’로 편입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사진=박원순 서울시장 트위터, 유기홍 의원 페이스북 캡처>
▲ <사진=박원순 서울시장 트위터, 유기홍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만약 영화 ‘귀향’ 상영관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서울시가 강당, 시민청 등 산하의 모든 시설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겨 큰 호응을 얻었다. 유기홍 의원은 “CGV에서 시민의 의견을 수용해, 당장 최소 3배는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영화 예매자가 주말까지 더 많아지면 상영관을 더 늘리겠답니다”라며 영화 ‘귀향’ 관람을 호소했다.

영화 ‘귀향’의 극장 상영이 ‘기적’이어야 할까. 영화 ‘귀향’이 IPTV용인가. 스크린 수는 경제적 논리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젠 관객이 대답할 차례이며, 국민성을 확인할 시간이 됐다. 이번 주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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