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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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는 외교, 안보 라인의 무능과 무책임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 안보 라인이 정상적인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반복적으로 제기된 바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로 내놓은 사드(THAAD)배치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등을 발표하는 과정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외교와 안보의 핵심사안을 다루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멤버 중에는 다자관계 속에서 국제적인 균형감각을 가지고 외교적 사안을 다루거나 정부의 조치가 민생과 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가진 인사가 단 한사람도 없는 것인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아니면 그러한 감각과 판단은 가지고 있지만 대통령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여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그저 머리만 조아리는 것이라면 그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전에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서울시장을 향해 대통령의 비서실 멤버로 국무회의 석상에서 발언권을 갖지 못하는 대통령 정무수석 비서관이 고함을 지르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을 기억한다. 국무회의가 다양한 국정 현안을 놓고 각료들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대통령이 이렇게 개진된 의견을 바탕으로 국정의 방향을 잡아가기 위한 회의체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국무회의는 일체의 토론은 사라지고 오로지 대통령 말씀을 받아쓰기만 하는 일방적인 지침만 내리는 성격으로 굳어진지 오래이다. 문제는 국가의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나 중요한 외교적 사안을 다루어야 하는 NSC에서조차 대통령의 발언들에 대해 아무런 토론이 이뤄지지도 않고 그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개진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이는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외교와 관련된 중요 정책이 변화될 경우에는 사전에 국민들에게 변화의 불가피성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또 관련 주변국들과도 충분한 교감을 나눠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 한미 간에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에서 하루아침에 중요 현안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UN에서의 강화된 대북제재를 위해서는 중구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대통령의 신년 대국민담화를 기억하는데 과연 사드배치가 중국의 협조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발표에 뒤이어 구체적으로 사드배치 대상지역으로 대구, 칠곡 등의 지역들이 언론을 통해 거론되기 시작하여 해당주민들의 반발을 자초하기도 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경우는 이 조치로 우리 기업들이 당장 막대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인데도 설 연휴 기간 중에 전격적으로 단행하여 입주기업들의 엄청난 반발을 자초했다. 하루아침에 도산의 위기에 놓인 개성공단 입주기업대표들은 지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이냐” 고 절규하고 있다.   

‘북풍’이 초래할 경제에 미칠 악영향 우려돼 
    
이러한 조치들이 얼마나 북한의 핵 개발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실효적인 제재 수단이 될 수 있느냐는 논란 이전에 정부 발표대로 NSC 회의석상에서 검토를 거쳐 발표한 조치라면 그 자리에서 단 한사람도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일국의 외교와 안보를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에 있는 사람들이 자리 보전에 급급하여 눈치만 살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라면 이는 무능을 넘어 대단히 비겁한 처사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등을 거치면서 박근혜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이나 참모들의 책임감에 대해서는 실망을 거듭해 온 바 이지만 나라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외교 안보 라인이 냉정 침착하게 사태에 대처하지 않고 자기 보신에만 급급하여 눈치만 살핀다면 과연 누가 이들을 믿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된다.     

대통령이 그동안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북제재에 협조하지 않는 것에 실망해서 사드배치를 감행하기로 했다는 언론의 보도나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불된 임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되었다고 통일부 장관이 발표를 했다가 갈팡질팡하는 모습등을 종합해 보면 이러한 조치들이 얼마나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취해진 것인지 알 수가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실질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명분일 뿐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의 결집을 노리기 위한 강경조치라는 분석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 같이 선거만 다가오면 반복되는 이른 바 ‘북풍’ 소동이 당장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모르겠지만 개성공단 폐쇄로 우리 경제의 국제 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사드배치 등에 반발하여 중국으로부터 경제적인 보복조치가 있을 경우 가득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깊은 수렁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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