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차량이 입경하고 있다.
▲ 11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차량이 입경하고 있다.
무엇을 위한 개성공단 폐쇄인가
정부는 1월 10일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단행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성명에서 "이제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천16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되었고, 작년에만도 1천320억원이 유입되었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원의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그것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가동 중단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렇지만 공단 조성에 사용된 자본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사용되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를 가지고 그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전용됐다는 점을 밝힐 근거는 말씀드릴 수가 없다”면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지난 2013년 북한에 의해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었을 당시 통일부는 “남북한은 국가와 국가의 관계는 아니지만 남북경제협력 합의 문건은 국제법상 조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경제협력 합의에 기반을 둔 개성공단 사업의 중단은 조약의 일방적 파기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인력 철수 행위에 대해 당시 우리 통일부가 주장했던 내용이 지금은 거꾸로 우리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북한 사회에서는 김정은 개인의 결정으로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국제법상 조약 파기에 해당되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엄연히 국회를 거치도록 헌법과 관계법이 명시하고 있다. 기업의 활동과 재산권에 직접적인 제약이 발생할 수 있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를 취하려면 반드시 합당한 법적근거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법적 근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가동 중단 조치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공익의 목적으로 행해진 행정적 행위”라고만 밝힐 뿐, 정확한 법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124개 입주기업이 입을 피해는 너무나 직접적이고 치명적이다. 정부는 합동대책반을 구성해서 기업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연휴 중에 단행한 즉흥적인 조치로 인해 기업들은 창고에 쌓아둔 완제품조차 가져나오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계약불이행 등으로 인한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셈법으로만 보더라도 북한 근로자에게 제공이 되는 임금이 1이면 생산액은 5이고, 경제효과는 10이 넘는다고 볼 수 있다. 북측이 당장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하지만 최악의 경우 북한은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위탁가공단지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제재로서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고 설사 타격을 받는다 하더라도 북한 당국이 받는 것이 아니라 개성공단에서 성실히 일해왔던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사드(THAAD)배치, 개성공단 폐쇄가 총선용 북풍이라는 우려를 낳아 
정부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이유로 시드 배치를 공론화하고,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발표했는데 이러한 조치들이 다가올 총선에서 보수층 결집을 위한 정치논리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발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드배치를 공론화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드배치가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을 야기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구도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데도 이를 강행하려는 것은 눈앞의 정치적 이득에 급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하면서 중국을 자극하는 사드배치에 매달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정기섭 개성공단 입주기업협회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국내 정치에 종속돼서야 사업 못하죠. 아마 국내정치적인 요소가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저는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면서 " 국내에는 맹목적인 보수쪽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 사람들의 표심을 생각해서 그런 비합리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본다), 시간을 갖고서 중단시켜도 되지 않냐"며 총선을 의식한 조치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밝히자마자 새누리당이 이를 적극 환영하는 입장을 밝힌 것 또한 ‘의도된 북풍’을 4.13 총선 전략에 이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사드배치에 대해 찬성하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지역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할 때, 이를 환영할 지역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사드가 배치된 지역에는 가공할 전자파가 발생하여 반경 2km, 5km 주위에는 개발제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또한 124개 입주기업과 이에 납품을 하는 6000여 중소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가득이나 어려운 경제에 주름살을 더할 악재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정권이 ‘의도된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던 시도들이 번번이 먹히지 않았던 사례들이 적지 않았고 이번 경우에도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외교적 대응에 실패하고 안보체제에도 허점을 드러낸 마당에 ‘사드 배치’나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같은 비합리적이고 즉흥적인 대응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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