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민들이 새해가 됐지만 ‘월급 빼고 다 올랐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져야 한다는 데에는 정부도, 노동계도, 재계 모두가 동의한다. 때마침 재계가 입을 맞춘 듯 경제활성화법 통과를 강력히 주장하며 서명운동을 받고 있다. 불과 엿새 동안 20만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고 하니 그만큼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는 열망이 큰 것 같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각종 쓸데없는 규제들은 사라져야 하고, 신규 사업을 위해서는 장벽이 없어져야만 기업들도 그 안에서 계획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에 서명운동에 나선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남는다.

이번 서명운동의 발원지는 재계다. 과연 대기업들이 기간제법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지 않고, 2년 후에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섰을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질 임금을 올려야 하고, 통상임금 범위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명시됐다면 과연 서명운동까지 벌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년간 대기업들은 분기마다 실적을 공시하며 대외환경이 어려워 실적이 좋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그중 일부는 진짜로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하는 경우도 있고,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많은 곳들이 분명 영업이익을 냈으면서도 지난해 또는 전분기보다 적은 영업이익을 냈다며 앓는 소리를 한다. 100원의 이익을 내던 사업이 50원밖에 이익을 내지 못했다면 이는 분명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몇 백만 원이 없어서 부도가 나거나 갑작스런 경영 악화로 직원들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 어려움 속에서도 이익을 내지 않았나.

10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나가 6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도 ‘어렵다’고 토로한다. 6조 원이면 국내 대기업의 우량 계열사 수십 곳의 영업이익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돈이다. 맘만 먹으면 대기업의 주요 계열사를 현금을 주고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야말로 일반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지만 그들은 예상치보다 적기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어쨌든 그 모든 것이 경영악화의 신호이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기업이 잘 돼야 신규 투자를 할 수 있고, 고용도 늘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 경제활성화 법안이 기업을 규제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지만 그래도 기업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환경의 변화 속에 기업들이 살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이법 법안 통과로 기업들이 돈을 벌게 되면 과연 그중에 얼마가 직원과 협력업체에 돌아가고 얼마나 많은 ‘우량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지 모르겠다. 경제활성화 법안이 통과돼 기업에 이윤이 커진다면 좀 더 많은 이익을 분배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또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힘주어 얘기했던 정부도 분명 책임져야 한다. 일용직 일자리가 늘고 아르바이트와 시간제 근로자만 늘어나는 것을 일자리 창출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이 청춘을 불태울 수 있고, 장년층도 나이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그런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와 재계가 그토록 고집스럽게 외쳤던 경제활성화 법안의 당위성을 얻고 씁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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