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캡처>
▲ <사진=MBC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캡처>

[폴리뉴스 오현지 기자]요즘 ‘개그콘서트’가 하향세다. 남자 개그맨 중 일부는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상파에서 잘 나갔던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등은 여론에 밀렸다.

‘개그콘서트’는 여성비하 소재를 일삼았다. 여성혐오의 대표 단어인 ‘김치녀’를 사용해 숱한 항의를 받았다. 또한 아줌마, 뚱뚱한 여자를 우스갯소리 소재로 삼아 도마 위에 올랐다.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등은 한때 ‘여성혐오’ 문화에 동참했다 뒤늦게 밝혀져 공식 사과했다.

김숙, 사이다 가모장주의 ‘물개박수’ 터져

반면 아이러니하게 김숙은 ‘통상적인 여자’이길 거부해서 떴다. ‘여성은 이래야지’라는 남성우월주의 관념을 버린 것이 주효했다. 

JTBC ‘님과 함께’에 출연하고 있는 김숙은 가모장주의 대표주자다. 김숙은 윤정수와 가상 부부로 출연하고 있다. 김숙은 ‘가모장적 개그’로 여심을 올킬했다. 최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예능총회’에서 김숙은 “2015년 남자는 유아인 여자는 김숙의 해라고 제가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장난기가 발동한 윤정수는 유아인 성대모사를 하며 “어이가 없네”라고 받아쳤다. 바로 김숙은 “아주 밖에 나오니 신났나 보다? 안에서는 한마디도 못하거든요”라며 응수했다. 윤정수는 바로 깨갱했지만 불쾌함이 묻어나지 않았다. 만약 윤정수에게 불편함이 조금이라도 읽혔다면, 가모장주의 유머는 빛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숙은 ‘라디오스타’에 출연, 김구라에게 “남자 목소리가 크다”고 몰아세웠다. 김구라가 부당한 논리를 폈다고 생각했는지 김숙은 밀리지 않았다. 또한 김숙은 “남자는 조신하게 살림하는 남자가 최고다. 그깟 돈은 내가 벌면 된다” “어디 아침부터 남자가 인상을 써? 죄다 인상 쓰는 남자들이랑 일하는데 집구석에 들어왔는데 또 인상을 쓰고 있어? 이게 말이 됩니까? 집에 있는 남자라도 웃어줘야지” “남자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패가망신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게스트들은 전부 웃었다. 김숙의 가모장적 발언, 일명 ‘김숙 가모장주의’는 원래 가부장적인 남자가 여자에게 했던 말이다. 남편이 사시사철 아내에게 구박했던 말이다. 

실력 검증된 남자 방송인, ‘여성’을 보는 시각의 한계

최근 인터넷에 ‘여혐문화’가 급속도로 퍼지고, 이것이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많은 방송인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긴다. 각종 방송에서는 나이 많은 남자 연예인과 어리고 예쁜 여자 연예인 짝짓기에 매달려 있다. 유명 남자 연예인은 방송에서 어린 여자만 찾는다. 김구라는 ‘라디오스타’에서 “1985년생까지는 괜찮은데 엄현경이 1986년생이라 안 되겠다”며 아쉬워했다. 김구라는 빚이 있고 이혼했으며 아들인 MC그리(김동현 군)는 만 17세다. 그런데 앞길이 창창한 여배우 엄현경을 낯 뜨겁게 언급했다. ‘라디오스타’ 제작진은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냈다. 참고로 김구라는 올해 만 45세, 엄현경은 올해 만 30세다. 이것이 대한민국 남자들의 표준 생각일까. 김구라의 조건으로 엄현경에게 관심을 표하는 것이 당연한가. 한편 김구라 옆에는 여자를 활어회로 비유했다가 공식 사과한 윤종신이 있었다.

유희열은 공연장에서 “공연할 때 힘을 받을 수 있게 앞에 앉아계신 여자분들은 다리를 벌려 달라”고 요구했다가 공식 사과했다. 이렇게 많은 남자 방송인이 여자를 나이, 몸매, 얼굴, 성적대상으로 판단해 비난받았다. 

‘개그콘서트’의 부진과 김숙의 대활약은 같은 맥락에 있다. 과거 ‘개그콘서트’는 뚱뚱한 여자를 게으르고 관리 못하는 여자로 낙인찍는 ‘여성비하 개그’를 자주 선보였다. 그것도 남자 개그맨이 뚱뚱한 여자 개그우먼을 향해 ‘음식만 밝히는’ 식의 모욕을 주는 개그 코드를 자주 활용했다. 한 번 떨어진 신뢰는 되찾기 힘들다. 오랫동안 ‘개그콘서트’의 여성비하에 신물을 느낀 이들은 시청률로 답했다. ‘개그콘서트’는 전성기 대 시청률 20%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금은 8~9%대에 머물러 있다.

참고 당했던 여성의 반란이 ‘방송’에서 벌어졌다. 김숙이 첫 시작을 통렬하게 끊었다. 김숙의 가모장적 주의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여성혐오, 여성비하, 여성외모와 나이 집착 영역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방송할 사람이 없다”고 계속 주장할 것이고, ‘사과하면 끝’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할 것이다. 여하튼 전쟁은 시작됐다. 

SNS 기사보내기

키워드

# #기자수첩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