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국보위 부역에 대한 반성조차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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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김대중아카데미 김성재 원장이 김종인 전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 영입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내용을 읽어보니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김 원장은 그가 전두환 국보위원 출신인 점 등을 문제삼으며 “광주 5.18민주화운동에서 희생당한 영령들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김종인 카드의 효과로 더민주의 위기가 수습되는 마당에 굳이 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제1야당 안팎에서 드러나는 가치의 전도 현상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는 야당들도 외연을 넓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과거 전력에만 매달리는 잣대를 고수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평소 갖고 있다.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윤여준 전 장관을 영입한 일도 잘했다고 생각했고,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출신이라 해도 합리적 성향의 인물이라면 영입하는 것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제는 진영 간의 경계가 완화되어야 할 환경에서 흑백의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더 이상 좋은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김종인 위원장의 국보위원 전력은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군사반란을 하고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들어선 것이 신군부의 국보위였다. 그같은 상황을 몰랐을리 없는 김 위원장이 신군부세력의 부역자 역할을 했던 것은 단순한 잘못을 넘어선 역사적 범죄행위에 대한 가담이었다. 나는 김 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생의 일등 공신이었다는 사실보다 이 행위에 대한 책임이 더욱 무겁다고 생각한다.

세월도 지났으니 이제는 지나간 얘기라며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자고 얘기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좋다. 하지만 그 이전에 최소한 당사자의 통렬한 참회나 반성 같은 것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당사자가 보이고 있는 태도는 어떠한가. 과거에 대해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가세 폐지를 막기 위해 국보위에 참여했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잘못한 것이 없었다는 얘기이다. 동화은행 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청와대에 있을 때 정치자금 들어온 것을 여당 의원들에게 나눠줬을 뿐이라는 얘기이다. 그 어디에도 반성과 사과는 없고 당당함만이 가득하다. 역사 앞에 너무도 떳떳해 하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질 지경이다.

문제는 그가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제1야당에서 전권을 부여받고 당을 이끌어나갈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제1야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무엇이 그를 그렇게 당당하게 만들고 있나. 이상돈 교수 영입 시도 때는 박근혜 멘토의 영입은 절대 안된다며 나섰던 야당 의원들이 이번에는 모두 입을 닫아버렸다. 더민주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신의 한수’라며 환호하고 있다. 유능한 경제민주화 전도사라며. 빵을 얻기 위해서라면 자유는 포기해도 좋다는 얘기이다.

나는 김종인 영입 카드가 제1야당의 위기를 진정시키고 상황을 반전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김종인의 반성없는 영입을 ‘신의 한수’라고 칭송하는 사이에 정의의 가치는 무너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아무런 반성조차 없는 전두환 국보위원 출신 인사가 어느날 갑자기 제1야당의 점령군이 된 듯한 이 광경이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이다.

국민의당이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이 곳의 칼럼을 통해 그들의 지나친 우향우 행보를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당, 브레이크없는 우향우 행보> http://www.polinews.co.kr/news/article.html?no=261399  하지만 그 쪽이 잘못한다고 해서 제1야당의 이런 몰역사적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정파에 우선한다. 도대체 이런 정치에 정의란 것이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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